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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인도네시아의 힘/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인도네시아의 힘/오일만 경제부 차장

입력 2012-01-20 00:00
업데이트 2012-01-2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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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만 정치부장
오일만 정치부장
요즘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호텔에는 빈방이 없다. 새로운 투자처로 인기가 치솟으면서 사업 기회를 찾는 세계 곳곳의 비즈니스맨들로 넘쳐난다. 한국의 경우도 일주일에 17편인 인천~자카르타 비행기는 거의 ‘만원 사례’라고 한다.

족집게 경제 전망으로 유명한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회장도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국가로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4개국을 지목하고 ‘믹트’(MIKT)라고 명명했다. 한마디로 인도네시아는 포스트-브릭스(BRICs) 이후 신흥경제국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18일 인도네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Ba1’에서 ‘Baa3’로 한 단계 상향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인도네시의 힘은 자원에서 나온다. 10대 석유수출국에 고무와 커피 생산은 세계 2위, 3위다. 금과 구리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한 데다 삼림면적은 브라질에 이어 두번째다. 세계 인구 4위인 2억 5000만명의 내수시장도 강점이다. 무엇보다 인구의 60%가 39세 이하라는 역동성은 큰 무기다. 세계경제 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6%대의 성장을 기록하는 것도 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인들이 최근 대규모로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옮기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IMF 외환위기 사태로 일격을 받은 인도네시아 경제가 15년의 와신상담 끝에 세계의 공장, 중국의 ‘대체재’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16~17일 국제기구인 한·아세안센터(사무총장 조영재)가 주최한 인도네시아 투자 설명회를 직접 취재했다. 20여명의 한국 기업인들은 옥수수 농장 사업부터 태양광 발전, 구리 자원개발까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인도네시아 역시 하마완 하리요가 투자조정청 부청장 등 고위급 책임자와 경제부처 국장들을 총동원해 성의 있게 투자 상담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0년 전 세계 투자를 유치하고자 안간힘을 썼던 중국의 열기를 베이징 특파원으로서 직접 체험했던 필자에게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우선 우리가 인도네시아 진출에 앞서 정교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우리 기업인들이 지불한 ‘수업료’(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전체 인구의 3%(약 750만명)에 불과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제를 주무르는 화교들과 지난 1967년 수하르토 집권 이후 군 장성, 고위관료 등으로 형성된 중·상류층 공략이다. 매년 6%대의 경제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10년 안에 중산층 이상 인구가 3000만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집안에 벤츠급의 고급 승용차를 최소한 2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이 즐비하고 대졸 초임 월급의 두 달치(65만원)에 해당하는 삼성 스마트폰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후진적인 인허가 시스템은 경계대상 1호로 봐야 한다. 200여개 민족이 혼재하면서 생성된 특유의 지방분권 시스템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중앙정부에서 사업 허가가 나도 지방정부로 내려가면 ‘깜깜무소식’인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동남아 특유의 ‘뒷돈 문화’도 걱정거리다.

특히 화교들이 300년 이상 구축한 난공불락의 경제 네트워크는 양날의 칼로 다가온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4만~5만명의 한국인이 상주하고 있다. 활동하는 한국 기업 수도 2500개가 넘는다. 앞으로 직·간접적으로 화교 경제권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화교들이 한국 상권을 죽이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정도로 그들의 힘은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말한 현지 기업인의 충고가 아직도 생생하다.

인도네시아에서 10대 대기업으로 성장한 한국기업인 코린도 그룹의 성공신화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인들과 융합하며 화교들과 공존의 지혜로 성장한 교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oilman@seoul.co.kr

2012-01-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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