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사람과 향기] 인성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김병일 사람과 향기] 인성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입력 2014-03-31 00:00
업데이트 2014-03-3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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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봄은 사계절의 시작이요 새싹이 돋아나는 계절이다. 3월은 새싹들의 배움이 시작되고 한 학년씩 올라가는 신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학생들은 새 학교 새 교실에서 새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새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게 되어 가슴이 설렌다. 우리 기성세대는 이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고 그리움이 샘솟게 마련이다.

그런데 요즈음 신학기를 맞아 집을 나서는 자녀의 표정은 어떨까? 유심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학기에는 설렘만이 아니라 낯섦도 있다. 정들었던 친구가 떠나고 낯선 친구들로 가득 찬 낯선 교실에서 새로 뵙는 선생님들과 마주하면 마음이 편치 못하고 적응이 어려워진다. 이런 까닭에 결석과 지각, 조퇴 등으로 부적응의 심리상태를 간접적으로 표시하거나, 지나치면 폭력과 왕따 심지어는 자살 등의 일탈행위로 빠져든다. 신학기 3월이 교내 문제가 가장 많이 생기는 시기라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교육열이 가장 높고 교육에 대한 투자가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왜 이런 문제가 늘어나고 있을까?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서 비롯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성이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이러니 국민 대다수가 이제는 인성교육이 학교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작년에 실시한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문제로 ‘학생의 인성·도덕성 약화’(48.0%)와 ‘학교폭력’(21.9%)을 1, 2위로 꼽았다. 또 초·중·고 학생들의 인성 및 도덕성 수준에 대해서도 72.4%가 부정적으로 평가하였다. 한 해 전보다 17.3% 높아진 수치이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중시해야 할 교육으로 초·중·고 모두 인성교육이 1순위로 꼽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명확한 정론이 마련되지 못한 듯하다. 인성교육이 강조되자 교육부가 이에 대한 개념정립과 교육내용을 수립하기 위해 전국의 각급 학생 4만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에 나섰다는 소식이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인성교육의 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인성교육을 막연하고 어려운 것이라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이라는 말에 집착하여 인성에 대해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피교육자인 학생의 자발성을 일깨우는 것이다. 인성은 머리로만 알면 되는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실천하는 품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찌하면 가슴 찡하게 느끼게 하여 자발적으로 실천하게 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가난 속에서도 화목하고 예의 바른 인간관계를 맺어갔던 우리 조상의 삶, 특히 교육에 대한 몸가짐을 살펴보면 정답에 이른다. 그들은 배고프면서도 체면을 차릴 줄 아는 아이를 키웠고, 일자 무식쟁이도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동방예의지국의 백성으로 이끌었다. 어째서 가능했을까? 그 답은 스스로 모범이 되는 ‘솔선수범’에 있었다. 우리도 아이를 바르게 키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그것을 보고 감동받은 그 아이가 닮고 따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인성 교육방법이다.

마중지봉(麻中之蓬)이라는 말이 있다. 쑥(蓬)도 삼밭(麻中)에서 자라면 삼을 닮아 곧게 자란다는 뜻이다. 아이들의 인성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그 아이들이 닮고 싶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어른들의 노력이 앞서야 한다. 인성교육! 답은 멀리 있지 않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학교에서는 선생이, 사회에서는 상사와 선배가 존경받는 사회! 인성교육 자체가 이슈가 되지 않는 공동체로 가는 근본적이며 확실한 길이다.
2014-03-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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