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맨발/박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맨발/박현

입력 2022-01-20 22:22
수정 2022-01-2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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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박현

길을 걸을 땐 마땅히
맨발이어야 한다
발바닥을 뚫고 척수에 다다른
뾰족한 미끄러운 둥근 끈적끈적한
생의 감각을 느끼기 위해

땅의 거죽이 따뜻한지 거친지
햇살로 데워진 웅덩이 물이 간지러운지
사금파리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양말에 가려진 발가락
구두로 무장한 발바닥으론 느낄 수 없으니

맨발로 걸을 일이다
조금 부끄럽지만 씩씩하게 걸으면
차갑다 시리다 쓰라리다
따뜻하다 부드럽다 매끄럽다
잊지 말아야 할 인간의 예의
인간의 감정이 맨발을 타고 오른다

산티니케탄은 내가 살았던 인도의 대학촌 마을입니다. 아침 햇살이 수백 년 묵은 벵갈 보리수나무 숲으로 쏟아지면 숲은 햇살이 빚어내는 스펙트럼으로 장관이 됩니다. 빨강 보라 초록 분홍 색색의 햇살들이 꽃 속에서 춤을 출 때 한 여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지나갑니다. 하얀 맨발로 페달을 밟는군요. 여학생은 브라만이었고 미술대학 재학 중이었지요. 여학생이 맨발로 캠퍼스를 걷는 모습, 어떤 인상파의 그림보다 인상적이었지요. 가끔 나도 맨발로 캠퍼스를 걸었습니다. 풀잎들 모래알들이 속삭이는군요. 삶이란 직접 느끼는 거야. 느끼지 않고서는 따스함도 쓸쓸함도 어떤 미지의 꿈도 만날 수 없어. 구두를 벗으면 인간은, 시는 좀 더 자유로워질까요?

곽재구 시인
2022-01-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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