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 46인을 보내는 아침의 다짐

[사설] 천안함 46인을 보내는 아침의 다짐

입력 2010-04-29 00:00
업데이트 201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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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장병 46인을 떠나보내는 영결식이 경기 평택시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유족들은 사랑하는 남편, 자랑스러운 아빠, 보배 같은 아들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을 것이다. 유족들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국민과 군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재 출연에 따라 설립된 청계재단에서 희생된 장병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것을 제의한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대통령 장학금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린 자녀에게는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46인을 눈물로 보내며 교훈을 새겨야 한다. 먼저 만천하에 드러난 군의 위기대응 능력을 바로잡아야 한다. 천안함이 두 동강 난 뒤의 군 대응을 보면 우왕좌왕하는 등 한심한 수준이었다. 사고가 난 뒤 구조뿐 아니라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하는 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군은 사건 발생 시간도 제대로 발표하지 않아 불필요한 의혹만 키웠다. 많은 국민들은 “진짜 전쟁이 났더라면 어떠했을까.”, “주요시설이나 기관이 공격을 받았으면 어떠했을까.”라는 말을 한다. 군은 육·해·공군으로 나뉘어 밥그릇싸움만 할 게 아니라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국가안보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수중 무기에 의한 비접촉 폭발로 침몰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관련됐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난 정부 10년간 느슨해진 군의 대북의식은 바뀌어야 한다. 대북 첩보능력을 강화하고 북한의 게릴라전 등 비정규전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 “(남북이) 분단된 지 60년이 되다 보니까 군도 다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지만 군만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니다. 정부나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도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서 그랬는지 국방예산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국민들은 불과 수십㎞ 밖에 장사정포로 무장한 북한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천안함 사건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군 관계자들의 문책은 어찌보면 지엽적이다. 그보다는 국민과 군은 안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정부는 안보시스템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렇게 돼야 희생된 장병들도 하늘나라에서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다. 소를 잃지 않는 게 물론 가장 좋지만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조직, 사회, 국가라면 희망은 없다. 삼가 46인의 명복을 빈다.
2010-04-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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