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 볼모로 한 어린이집 집단휴업 안 된다

[사설] 어린이 볼모로 한 어린이집 집단휴업 안 된다

입력 2012-02-27 00:00
업데이트 2012-02-2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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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어린이집들이 보육료 현실화를 요구하며 집단휴업에 들어가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다. 전국의 민간 어린이집은 모두 1만 5000여개로 75만여명의 어린이들이 다닌다. 휴업이 장기화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아이를 맡겨야 하는 맞벌이 가정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는 엊그제 대정부 발표문을 통해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보육료 동결 등으로 어린이집을 정상 운영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필요경비 수납관리규정 철폐 등 과도한 자율권 침해도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자신들의 이권을 위한 것으로, 끝내 휴업을 강행하면 어린이집 운영 정지, 나아가 폐원 조치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돌봄과 배움의 요람이어야 할 어린이집이 이 지경에까지 내몰린 것을 어느 일방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본다. 정부는 포퓰리즘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새달부터 0∼2세 영·유아 무상보육을 전면 시행하는 등 어느 때보다 보육 문제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무슨 근거로 정작 어린이집 이용이 많은 3∼4세는 건너뛰는 것인지 의아해한다. 자녀 양육 부담을 줄이고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한 고육책이겠지만 졸속행정이란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민간 어린이집 휴업 파동 또한 정책의 형평성 문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새로 도입된 5세 누리과정(통합과정)의 경우 어린이집은 유치원과 달리 1인당 20만원의 기본 비용 외에 별도의 지원이 없다. 유아교육의 양 축을 이루지만 관리·감독부처가 다르고 시스템의 차이가 없지 않은 두 기관에 대한 정부의 상대적인 지원의 차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물론 무리다. 문제는 민간 어린이집의 보육료 인상 요구가 지속됐음에도 정부는 ‘무책이 상책’이라는 식의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는 점이다. 선심성 무상보육 드라이브를 걸기 전에 벼랑 끝에 몰린 민간 어린이 보육 현장의 애로부터 살폈어야 했다. 그렇다고 어린이집 휴원사태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어떤 명분을 들이대도 어린이를 볼모로 한 행동은 스스로 입지를 옹색하게 하는 ‘해서는 안 될’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2-02-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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