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중생 성추행을 모두가 못 본 척했다는데…

[사설] 여중생 성추행을 모두가 못 본 척했다는데…

입력 2012-02-27 00:00
업데이트 2012-02-2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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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붐비는 지하철에서 열세살 여중생이 성추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184㎝의 건장한 남성에게 20분 가까이 추행을 당하던 여학생은 겁에 질려 승객들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지만 다들 못 본 척했다고 한다. 하도 세상이 험악해 제 몸 사리는 것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지만 눈앞에서 앳된 여학생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질 않고 외면했다고 하니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어른들의 방관은 약육강식의 짐승세계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번 일은 괜스레 참견했다가 봉변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잘못된 짓을 보고도 눈을 질끈 감아 버리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다고 하겠다. 이러니 지하철 전동차 안에 폐쇄회로(CC)TV를 몇 대씩 설치해도 지하철 성범죄가 줄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2008년 460여건이던 지하철 성범죄는 2010년 1192건으로 무려 3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 1273건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방관과 개인주의가 어떤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주는 수치다. 누구나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눈뜬 봉사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내가 어떤 일을 당했을 때 다른 사람이, 이 사회가 나를 지켜준다는 확고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일이 지금으로선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추행은 승객들로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되고 있다. 그렇지만 지하철 내 연인들의 과도한 애정표현으로 적극적인 구조요청이 없으면 연인인지, 성추행 가해자·피해자 사이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성추행을 막으려면 가벼운 신체 접촉이라도 즉시 반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수치심 때문에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심리를 노린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시민들도 외면만 말고 하다 못해 소리라도 질러 범행을 막는 데 협조해야 한다.

2012-02-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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