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은 고립과 피폐 자초할 핵실험 포기하라

[사설] 북은 고립과 피폐 자초할 핵실험 포기하라

입력 2012-05-04 00:00
업데이트 2012-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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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차 핵실험 징후가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유엔 산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24시간 감시체제 돌입 사실을 밝힌 가운데 미국·중국이 연이어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자제는커녕 엇나가고만 있다. 한반도 상공 민항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전파의 발신 주체로 의심을 받으면서 성동격서 식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꼴이다.

우리는 북한의 이런 태도야말로 근본적인 전략적 오판이라고 본다.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확보가 체제 유지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믿음 자체가 미망(迷妄)이라는 뜻이다. 구소련이 미사일이나 핵탄두 수가 모자라 무너진 게 아니지 않은가. 북한은 지난달 ‘광명성 3호’라는 이름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발사 1분 만에 산산조각이 났지만, 설령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한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있는 주민들 중 누가 이를 ‘강성대국’ 진입의 징표로 믿겠는가.

북한은 지난 20년간 플루토늄과 우라늄, 그리고 미사일이라는 카드를 번갈아 흔드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 왔다. 즉, 핵 폐기가 아닌 동결을 미끼로 미국으로부터 반대급부를 얻어내면서 뒤로는 핵개발 능력을 축적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전술의 약발이 다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보상이 반복되는 패턴은 무너졌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북한의 과거 혈맹 격인 중국조차 3차 핵실험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엊그제 방한한 칭화대 추수룽 교수의 입을 통해 전해진 추정이다. 원유 공급 중단이나 원조를 끊는다는 중국의 강경 방침이 사실이라면 3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순간 북한은 ‘국제적 왕따’가 되는 사태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런 판국에 GPS 교란으로 인천공항을 오가는 세계 각국 민항기의 안전을 위협해 뭘 얻자는 것인지 궁금하다. 북한은 그동안 핵개발을 위해 7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허기진 주민들을 8년간 먹일 식량을 살 수 있는 돈이 아닌가. 북한 지도부는 무모한 도발을 저지르면 세습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고립을 자초해 굶주린 주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뿐임을 깨닫기 바란다.

2012-05-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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