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입사원 지원서에 부모 학력·직업까지 묻나

[사설] 신입사원 지원서에 부모 학력·직업까지 묻나

입력 2014-04-18 00:00
업데이트 2014-04-18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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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엊그제 ‘100대 기업 입사지원서에 반영된 스펙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상당수가 신입사원 지원서에 지원자의 고교 학력은 물론, 외모와 신체조건 같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 지위와 같은 정보도 요구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사생활 침해 소지와 함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귀족이나 양반 등 신분세습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입사지원서에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측정할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채용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이 조선시대의 ‘음서제’처럼 사원을 뽑는다면 안 될 말이다.

현재 100대 기업들이 요구한 개인정보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003년 기업 등에 평등권 침해의 요소가 있으니 개선을 권고한 항목들이다. 국가기관이 권고했지만 ‘힘센’ 기업들이 마이동풍한 탓인지 여전히 구태로 남아 있다. 당시 인권위가 발표한 ‘입사지원서 차별 항목 개선안’에는 ▲체중·색맹·신장 등 신체사항 5개 ▲가족의 성명·연령·직위·월수입 등 가족관계 12개 ▲출신학교 종교·출신지역·혼인여부 등 신상 관련 19개 등 모두 36개 사항이다. 그해 38개 기업들이 인권위 개선안을 받아들였고, 공무원 시험 응시에서도 신장, 나이 제한이 없어졌다. 2007년 11월 노동부도 입사지원자들을 위한 ‘표준면접 가이드라인’을 또 제시했다. 표준안에는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고, 주민번호 중 앞자리 번호를 삭제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 라인에 불과해 고질적 관행이 개선되지 못했다.

미국 등에서는 채용에 앞서 결혼 여부나 종교, 신장과 체중 등을 질문하지 않는다.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정보이고, 채용 차별의 원인으로 지목돼 소송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도 신체나 종교, 결혼 여부,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처럼 시대착오적이고 차별적인 정보를 수집해 채용에 활용해선 안 된다.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쌓았는지, 열정이 있는지 등 개인적 자질에 집중해 판단해야 한다. 또 과도한 스펙 쌓기를 유도하는, 필요 이상의 외국어 점수나 자격증 등에 대한 정보 요구도 자제해야 한다.
2014-04-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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