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전단 민·민 충돌, 정부 팔짱만 낄 일인가

[사설] 대북전단 민·민 충돌, 정부 팔짱만 낄 일인가

입력 2014-10-27 00:00
업데이트 201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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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보수·진보단체 사이에 또 충돌이 벌어졌다. 엊그제 경기도 파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그러자 진보단체 회원들이 전단과 풍선을 찢고 달걀을 던지며 항의했다. 전방 지역 주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와 진입로를 막고 살포를 저지했다. 그러나 결국 전단은 어두운 밤 김포에서 살포됐다. 그러는 사이 정부가 한 일이라곤 격렬한 충돌을 막는 것뿐이었다. 사실상 살포 자체에는 개입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다.

이런 난리통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전방 지역에서 전단 살포를 놓고 민간단체들의 충돌과 갈등이 주기적으로 빚어지고 있다. 물론 전단을 북으로 날려보내려는 보수단체의 행위에는 이유가 없지 않다. 북한의 3대 세습제를 비판하는 내용 등을 담아 북한 주민들을 각성시키려는 의도를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북한의 총격을 유발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전방 주민들은 이런 일이 있을 때면 북한의 도발이 걱정돼 초긴장 상태에 빠진다. 총격전이라도 벌어지면 농사일 등 생업까지 포기하고 대피해야 한다.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갈 길이 먼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북 전단은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제 충돌이 벌어지고 있을 때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여야 정치권은 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고 민간단체의 자율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법적 근거와 관련 규정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다만 북한의 대남 위협으로 주민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거나 충돌의 가능성 때문에 과거 경찰이 필요한 조치를 취한 적은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절대 불가침의 영역은 아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때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게 세계 각국의 굳어진 판례다. 정부는 허위사실 유포를 막는다는 이유로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제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대북 전단이 북한의 도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할 명분과 근거는 있는 셈이다. 통일부가 밝힌 대로 과거에 경찰이 살포를 막은 전례도 있다. 명분과 전례가 있다면 그제처럼 민간단체의 충돌을 보고도 마냥 팔짱만 끼고 있는 정부의 태도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에 앞서서 보수단체들이 먼저 자제해야 한다. 북한 정권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북한을 자극해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는 행위는 결코 이롭지 않다. 통일을 위한 노력은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야 한다.
2014-10-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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