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영 비효율 부추기는 공공기관 평가 문제 있다

[사설] 경영 비효율 부추기는 공공기관 평가 문제 있다

입력 2015-02-11 18:02
수정 2015-02-12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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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경영평가에 대비해 공공기관 10곳 중 8곳 이상이 별도의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어제 언론 보도에 따르면 62곳의 공기업과 준(準)정부기관 중 51개 기관이 경영평가 전담팀을 두고 있다. 별도 조직을 운영하는 인건비만 연간 3억 6000만원에 달한다. 경영 평가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접대와 연구용역 몰아주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대 비용까지 더한다면 경영평가를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방만 경영을 해소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공기관들이 또 다른 불필요한 지출을 하도록 부추기는 셈이다.

공기업들이 경영평가에 매달리는 것은 평가 등급에 따라 직원이나 기관장의 성과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낮은 평가를 받으면 당연히 직원들의 성과급은 크게 준다. 기관장도 낙제점을 받으면 원칙적으로 퇴출 대상이 된다. 그러니 기를 쓰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양질의 보고서를 써내야 하고 이를 전담할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의 평가 기준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이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면 별도의 전담팀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이 바뀔 때마다 평가 기준도 크게 달라졌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독려하던 이명박 정부 때는 높은 등급을 받았던 에너지 공기업들이 정권이 바뀐 지난해 경영평가에서는 해외 투자로 인해 빚이 크게 늘면서 무더기로 낙제점을 받은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실사(實査)를 하지 않고 보고서에만 의존해 평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일수록 보고서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불리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불만도 일리가 있다. 미흡한 평가 방식으로 인해 해마다 평가 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낮은 평가를 받은 공공기관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경영평가이지만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는 데다 일부 평가위원들이 갑(甲)질 행세도 한다고 하니, 이런 평가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의구심도 든다. ‘철밥통’ 관행이 뿌리박힌 공공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공공기관 평가는 해야 한다. 하지만 평가위원이 더 전문성을 갖추도록 해야 하며 평가지표도 객관화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단기적인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보다는 장기 사업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평가 방식을 손볼 필요도 있다.
2015-02-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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