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조 손실 내며 ‘억대 고문’ 60명 둔 대우조선

[사설] 3조 손실 내며 ‘억대 고문’ 60명 둔 대우조선

입력 2015-09-22 23:34
수정 2015-09-2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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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입은 3조원대의 손실을 숨겨 오다 지난 2분기에야 공개했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대주주니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판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지난 5년 동안 대우조선 주식에 투자해 피해를 본 금액도 1996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기간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만큼 대우조선은 사실상 국민을 상대로 다단계 사기극을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 한때는 국민의 자부심이었고 국가의 자랑거리였던 회사가 망가지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무리 우량한 기업이라도 세계 경제와 업종 환경에 따라 부침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경우는 무책임한 경영과 감독기관의 태만에서 비롯된 필연적 부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제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는 대우조선이 2004년 이후 특별한 실적도 없이 거액의 연봉을 지급하는 자문역을 60명이나 선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우조선의 ‘자문·고문 현황’ 자료를 보면 다양한 정부 관료와 군 장성 출신, 그리고 이 회사 퇴직임원들이 위촉됐다. 자문역 가운데는 산업은행과 또 다른 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 출신 인사도 있었다. 이들이 받은 평균 연봉 8800만원의 대가는 관계기관에 대한 로비라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이러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부실이 깊어지는 상황에서도 전 사장에게 2년 동안 연봉 2억 5700만원과 사무실 임대료 2억 3000만원, 승용차 운용비 3000만원을 지급했다는 것도 도덕적 해이에 가깝다.

대우조선은 1999년 대우그룹 워크아웃 때 2조 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들여 살린 국민의 기업이다. 경영진에게는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물론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건실하게 성장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지워져 있었다. 하지만 국감장에 나온 전·현직 임원들은 “이런 부실이 나올 줄 몰랐다”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감독 당국 역시 다시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감시해야 했지만 ‘낙하산이 가능한 또 하나의 기업’으로 인식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기업이 대우조선 하나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비슷한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면 기업과 감독기관 모두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2015-09-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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