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터진 체육계 폭행, 고질적 병폐 사슬 끊어야

[사설] 또 터진 체육계 폭행, 고질적 병폐 사슬 끊어야

입력 2018-01-19 22:28
수정 2018-01-19 23:2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동안 잠잠하던 체육계 폭행 사건이 또 터졌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쇼트트랙 유력 금메달 후보인 국가대표 심석희가 코치에게 폭행을 당해 선수촌을 이탈했다가 이틀 만에 복귀했다.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권적 폭력 행위가 올림픽을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벌어졌다니 충격이 더 크다. 그렇지 않아도 올림픽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태산 같을 심석희와 동료 선수들이 이번 일로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지 걱정스럽다.

해당 코치는 지난 16일 훈련 중 심석희를 따로 불러 질책하다 손찌검을 했고, 이에 자존심이 상한 심석희가 선수촌을 뛰쳐나갔다고 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그제 긴급회의를 열어 코치를 직무정지시키고, 박세우 경기이사에게 훈련을 대신 진행하도록 조치했다. 직무정지된 코치는 심석희를 초등학생 때 발굴해 스타 선수로 키운 지도자로 평소 심석희를 아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력이 향상되지 않자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방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인 만큼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열의와 압박감은 이해가 가지만 그 방식이 체벌 명목의 폭력 행위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적 지상주의와 군대식 위계질서가 맞물리면서 지도자와 선수, 선후배 선수 간 폭행은 한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된 지 오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 1월 폭력을 행사하면 무조건 자격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 체육계 폭력 근절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당시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과 남자 쇼트트랙 신다운의 후배 폭행 등으로 여론이 들끓은 직후였다. 하지만 지난해 충남의 한 대학교 야구부 폭행 파문에서 보듯 체육계 폭행 사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폭력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처벌과 더불어 지도자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선행 조치도 필수적이다.

심석희 폭행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지나친 경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메달 못 따면 욕하는 우리도 이번 사태에 일조했다”는 지적에 상당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체벌과 폭력으로 만들어진 메달에 환호할 국민은 많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18-01-20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연예인들의 목소리
가수 아이유, 소녀시대 유리, 장범준 등 유명 연예인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대한 지지 행동이 드러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는 내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연예인도 국민이다. 그래서 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