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은 독일의 과거사 반성 노력 안 보이나

[사설] 일본은 독일의 과거사 반성 노력 안 보이나

입력 2019-09-02 23:24
업데이트 2019-09-0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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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사상 최악의 한일 대립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일본은 대법원이 내린 일본 기업에 대한 배상 명령을 한국 정부가 해결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주권 국가의 사법부 판결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고, 민간 기업이 져야 할 배상 책임을 가로막는 일본 정부의 오만과 비상식은 일본이 저지른 식민지배 36년의 과오를 망각한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수정주의에서 비롯됐다.

지난 1일 폴란드 비엘룬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행사에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나란히 참가했다. 비엘룬은 1939년 9월 1일 새벽 독일 공군이 2차 세계대전의 포문을 열며 기습공격을 감행해 도심의 75%가량이 파괴되고 1200명의 인명이 희생된 지역이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의 압제에 희생된 폴란드인들을 기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열린 나치의 민간인 학살 추모행사에 참석해서는 “독일의 책임은 종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언제까지 한국에 사죄해야 하느냐”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가해자가 도리어 피해자인 양하는 일본과는 천양지차다. 독일도 처음에는 전후 국가배상에 소극적이었지만 피침략 국가와 시민들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독일의 책임은 종결되지 않는다’는 겸허한 입장으로 바뀌었다.

주목할 것은 2000년 들어 독일 정부와 기업이 각각 50억 마르크씩 출연해 ‘기억·책임·미래재단’을 만들어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돼 보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사법부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세계는 독일이 묵묵히 실천하는 과거사 반성의 노력을 주목한다. 일본은 보복을 철회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2019-09-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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