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사설] 박원순 다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다

[사설] 박원순 다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다

입력 2023-05-10 00:15
업데이트 2023-05-10 00:1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지난달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예고편 영상의 일부.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지난달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예고편 영상의 일부.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변호하는 다큐멘터리가 오는 7월에 개봉되는 모양이다. ‘세상을 변론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떠났고, 이제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를 변호하려 한다’는 포스터에서 드러나듯 박 전 시장을 미화하려는 영상물이다. ‘피해 호소인’, ‘피해 고소인’ 운운하며 모욕한 데 이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다. 인권 의식이라곤 눈곱만큼도 안 보인다.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다음날인 2020년 7월 9일 극단적 선택을 했고,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6개월간의 조사 끝에 피해자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사법부도 박 전 시장의 부인이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첫 변론’이라는 제목의 이 다큐물은 박 전 시장 측근 등의 인터뷰를 토대로 한 ‘비극의 탄생’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다큐물 제작진은 “저희는 박원순을 믿는다”며 후원을 호소해 2억원을 받았다니 박 전 시장을 앞세운 마케팅은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다큐물이라면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인정한 인권위 결정 등 공과를 모두 담아야 한다. 출간 당시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킨 책을 토대로 만든 데다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는 측근 인터뷰 등을 감안하면 박 전 시장의 억울함에만 초점을 둔 다큐물이다. 아무런 반론권을 보장받지 못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아닐 수 없다. 재판 내내 ‘피해자 다움’을 강조하며 피해자를 악마화한 파렴치한 행위를 반복하려는 저의를 묻고 싶다. 피해자를 또다시 죽이는 다큐물 배포를 접기 바란다. 박 전 시장도 자신을 앞세운 돈벌이 수단이라는 비판만 거세질 다큐물 상영을 원치 않을 것이다.
2023-05-10 27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