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
바야흐로 융복합의 시대다. 분야를 막론하고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은 어느새 미래를 주도하는 키워드가 됐다. 여기에는 각각의 특성들이 어우러지고 합쳐져 하나가 되는 것이 전제가 된다.
전 세계의 명문 대학에서는 이미 학문 간 융복합이 트렌드다. 전공 간 경직된 벽이 허물어지면서 학생들은 특정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공 간의 혁신적인 융복합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전공과 다른 분야의 학문을 접목시켜 새로운 지식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융복합이 전개 중이다. 어느덧 시즌 4까지 이어지고 있는 ‘팬텀싱어’는 국내 최초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결성 프로젝트로, 섞임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 준다. 미술 장르 또한 경계가 모호해졌다. 디지털기술, 각기 다른 재료가 융복합돼 새로운 예술을 선보인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라별 음식이 ‘퓨전’돼 원조를 뛰어넘는 최상의 궁합을 만들어 내곤 한다.
융복합의 장점은 ‘시너지’와 ‘창조’다. 두 가지 성질이 섞여 만들어 내는 효과는 마치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무리 지어 비행하는 새들처럼 동반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하며 중세 르네상스를 일으킨 메디치 가문처럼 서로 다른 분야가 교차, 융합해 혁신의 빅뱅을 이룰 수 있다.
이런 융복합이 ‘문화 1번지’ 종로에서도 한창 진행 중이다. 전통과 현대가 살아 숨 쉬는 종로는 동서남북 모든 곳이 연결되면서 거대 문화벨트, 문화대전당이 돼 가고 있다. 우리 문화유산들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종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또는 미술관, 공연장이 되는 것이다.
기술의 혁신으로 새로운 행정의 시작도 가능해졌다. 문명의 이기를 활용한 정책을 실현할 여건이 성숙되면서 스마트한 수요자 중심의 행정이 가능해졌고 ‘인공지능 반려로봇’, ‘줌으로 만나는 독거노인’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행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살기 좋은 종로가 실현되고 있다.
이는 곧 종로가 2023년 기치로 내세운 ‘종로 모던’ 즉, 세계의 패러다임이 되는 우리식 고도현대화의 구현이다. 각각의 사업들이 어우러져 하나가 됐을 때 비로소 종로 모던은 구체화될 것이다. 본(本)을 꽃피우는 융복합의 미학. 앞으로 창의적으로 발현될 종로판 메디치 효과를 기대해 보자.
2023-05-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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