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다음 문장 끝의 ‘해’도 보조동사다. “그는 남 앞에서 말하는 걸 꺼려 해.” 그런데 이 문장을 지적한다. ‘꺼려 해’가 마뜩지 않은 것이다. ‘꺼려’로 끝내라고 말한다. 심지어 ‘꺼려 해’는 틀린 표현이라고도 한다. ‘꺼리다’라는 말 자체면 되는데 불편하게 ‘-어 하다’를 붙여 쓰는지 모르겠다고 충고한다. ‘슬프다’, ‘서운하다’ 같은 형용사에 ‘-어하다’를 붙여 동사 ‘슬퍼하다’, ‘서운해하다’를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도 밝히면서 쓴소리를 한다. 마찬가지로 ‘내켜 하다’도 못마땅해한다. 규범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들은 속도 조절을 내켜 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그들은 속도 조절이 내키지 않는다”로 바꾸려 한다.
그렇다면 ‘꺼리다’와 ‘꺼려 하다’는 같은 표현일까. ①“그는 남 앞에서 말하는 걸 꺼린다”와 ②“그는 남 앞에서 말하는 걸 꺼려 한다”는 차이가 보인다. ①은 다른 사람이 ‘그’의 마음을 읽어 그의 심리 상태를 단정적으로 나타낸다는 걸 드러낸다. 주관적이란 느낌을 전한다. ②는 보조용언으로 ‘하다’를 넣어 ‘그’의 심리 상태를 객관화하려 한 느낌을 준다. 이런 차이가 있는데, 그릇된 표현으로 몰아가는 건 지나치다.
‘꺼려 하다’가 규범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다. 국가가 만든 규범 사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하다’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풀이가 나온다. “보조동사. (일부 동사 뒤에서 ‘-어 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대상에 대한 상태나 태도를 드러냄을 나타내는 말.” 예문에는 ‘못 견뎌 했다’는 표현이 보인다. 국립국어원은 홈페이지 질의응답에서 ‘꺼려 하다’를 쓸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규범에 민감하다. 그것이 옛것이든 새것이든 날카롭고 빠르게 반응한다. 규범을 안 지켜 괜한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다. 옛 시절 얘기이거나 비규범인데도 규범이라고 하면 움츠러든다. 언어생활에서도 ‘규범’이란 말이 비슷하게 작용한다. 억지스러워도 의심치 않고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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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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