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출근길 전철. 매일 그 시간, 그 차량이다. 한결같이 같은 시간대, 같은 칸에 몸을 싣다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적지 않다. 몇몇 손님끼리는 가벼운 눈 인사도 나눈다. 이른 시간, 한적한 차량 속 몸짓은 아무래도 눈에 쉽게 들기 마련. 유별난 말과 움직임이 아니더라도 전철 속 이웃들이 가진 특징들이 이젠 빤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묵주 기도에 빠지는 50대 아주머니, 언제나 빨간 뾰족구두의 20대 초반 아가씨, 남 시선에 아랑곳없이 끼니를 허겁지겁 때우곤 코를 고는 30대 남자, 바쁘게 시선을 돌려 승객들을 뚫어져라 살피는 중학생…. 매일 아침 어김없이 반복되는 행동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요 며칠 새 가죽 손가방 노인이 보이질 않는다.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가죽가방 속 수첩을 꺼내 뭔가를 쓰곤 하는 70대 할아버지. 흔들리는 차 안에서 한결같은 글쓰기가 특이하다. 열심히 펜을 놀리다가 눈이 마주치면 빙그레 웃던 할아버지의 버릇. 저들의 눈에 비치는 나의 버릇은 뭘까. 나만의 버릇이 분명 있을 텐데.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자리에 앉자마자 묵주 기도에 빠지는 50대 아주머니, 언제나 빨간 뾰족구두의 20대 초반 아가씨, 남 시선에 아랑곳없이 끼니를 허겁지겁 때우곤 코를 고는 30대 남자, 바쁘게 시선을 돌려 승객들을 뚫어져라 살피는 중학생…. 매일 아침 어김없이 반복되는 행동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요 며칠 새 가죽 손가방 노인이 보이질 않는다.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가죽가방 속 수첩을 꺼내 뭔가를 쓰곤 하는 70대 할아버지. 흔들리는 차 안에서 한결같은 글쓰기가 특이하다. 열심히 펜을 놀리다가 눈이 마주치면 빙그레 웃던 할아버지의 버릇. 저들의 눈에 비치는 나의 버릇은 뭘까. 나만의 버릇이 분명 있을 텐데.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0-06-01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