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부의금/이용원 특임논설위원

[길섶에서] 부의금/이용원 특임논설위원

입력 2011-01-24 00:00
업데이트 2011-01-24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며칠 전 대학 동기가 부친상을 당했다는 전언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런데 접수대에는 ‘부의금을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20여년 전 아버지 상을 치른 처지여서 신세 갚을 기회를 빼앗긴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상 후 상주에게 항의하듯 말했으나 상주는 개의치 않았다.

‘부의’(賻儀)의 사전적 의미는 ‘상가에 부조로 보내는 돈이나 물품. 또는 그런 일’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상을 당한 이웃에게 제 형편 닿는 대로 미곡이나 피륙, 장작을 보내든지 아니면 궂은 일을 직접 해 주는 걸로 부조(扶助)를 했다. 그런데 현대 도시생활에서야 다른 수단이 없으니 부의금 형태로만 남은 것이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타계한 뒤 가난한 문인들에게서 부의금을 받지 말라 했다는 유언이 알려져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하긴 꼭 ‘돈봉투’만이 조의를 뜻하겠는가. 상가에 길게 남아 선생을 기리는 일도, 장지까지 배웅하는 일도 모두 다 부조인 것을.

이용원 특임논설위원 ywyi@seoul.co.kr
2011-01-24 30면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