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귀동냥/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귀동냥/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2-12-26 00:00
업데이트 2012-12-26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중년 남성들의 정담(情談)을 엿들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는 대화다. 한쪽에서 “고지를 먼저 밟으면 먼저 떨어져.”라며 목청을 높였다. 고사성어 ‘마행처우역거’(馬行處牛亦去)를 인용하면서 “노력하면 충분히 이룰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인생이란 게 평균을 내면 같아진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소중한 귀동냥을 한 셈이 됐다.

귀동냥은 어깨 너머로 다른 이의 경험을 배우는 것이다. 귀동냥 말고 눈동냥도 있고, 글동냥도 더러 쓰인다. 동냥은 동령(動鈴)에서 왔다. 불가에서 법요(法要)를 행할 때 놋쇠 방울을 흔드는데 이것을 동령이라고 한다. 동냥의 뜻은 중이 곡식을 얻고자 문전에서 방울을 흔들었다는 데서 비롯됐다.

귀동냥으로 배우는 것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젊은이의 손에는 하나같이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그 속의 활자에서 지식의 조각을 찾는다. “귀동냥으로 배웠다.”는 웃어른들의 말도 한 세대를 넘기고 있다. 변한 세태를 탓할까 하지만, 이들만의 소통 길도 있는 것을···.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2-12-26 3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