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귀성열차/박홍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귀성열차/박홍환 논설위원

입력 2014-01-10 00:00
수정 2014-01-10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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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또 설이 다가오고 있다. 그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서울역에서는 귀성열차 표를 구하려는 장사진이 펼쳐질 게다. 빼곡하게 대합실을 메운 인파가 흡사 제 태어난 강으로 몰려드는 연어 떼를 닮았다. 모두 오늘만큼은 고달픈 세상살이를 잊고 귀성열차를 타고 달려가 만나게 될 넉넉한 고향 품을 그려보겠지.

그나저나 시속 300㎞로 ‘슝’ 번개처럼 고향 땅에 떨궈놓는 KTX 시대에도 1990년대에 시인 신경림이 묘사했던 ‘귀성열차’ 풍경은 남아 있을까. 한강을 넘으면 삶은 달걀을 안주 삼아 초면에도 맥주를 주고받으며 얘기 꽃을 피우고, 모두 아래윗집의 아줌마, 아저씨 같아 정겹기만 했던, 그래서 더욱 기대됐던 그 시절의 귀성열차다. 고향역에 다다를 때쯤이면 어깨를 툭 치며 “잘 살고 있지?” 하며 살갑게 등장하던 그리운 ‘얼굴’도 있었다.

십수년 넘게 외면해온 귀성열차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14일에는 입석과 잔여석을 예매한다니 서울역에 나가봐야겠다. 어릴 적 친구를 조우한다면 더 큰 기쁨이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4-01-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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