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이 오는 곳/손성진 논설고문

[길섶에서] 봄이 오는 곳/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19-03-07 17:10
수정 2019-03-0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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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을 깨고 몸부림치는 어린 새처럼 꿈틀대는 목련 꽃망울에도

소녀의 입김 같은 미풍에 살랑살랑 버들개지 간지러운 솜털에도

저 들판에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쑥부쟁이 연푸른 새싹에도

매화꽃 찬란히 연분홍 눈 뿌린 섬진강 언덕배기에도

얼어붙은 땅 뚫고 올라온 야들한 쑥, 냉이의 짙은 향내 속에도

넘실대는 파도 타고 뱃노래 가락 흥겨운 남도의 바다에도

봄바람에 부풀어 올라 들킬까 부끄러운 새악시 마음속에도

밭 이랑 일구는 쇠스랑 놀림 분주한 농부의 거친 손등에도

꿈꾸듯 꽃길 캠퍼스 거니는 새내기 학생의 설렘 속에도

짙은 화장으로 주름 감춘 늙은 여가수의 화사한 옷차림에도

봄은 오고 있다.

아니 꽃, 바람을 느끼기 전에 봄은 벌써 우리 가슴속에 먼저 와 있다.

하늘에 먼지 자욱하다 해서 봄이 봄 같지 않다 하지 말자.

인내하고 기다리면 봄은 언젠가 우리 곁에 살며시 다가온다.

청춘의 봄날이 비록 지금 조금 흐리고 어둡다 할지라도.

sonsj@seoul.co.kr
2019-03-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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