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개냥이’/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개냥이’/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19-04-25 17:36
수정 2019-04-2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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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기질은 독립적이고 도도하며 인간에 무심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 이유로 야생의 기질이 손꼽힌다. 늑대를 조상으로 한 개는 신석기시대의 시작인 BC 1만년 안팎에, 고양이는 이집트 왕실에서 BC 5000년쯤 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가 인간에게 5000년쯤 더 오래 길들고 친하게 지냈으니, 고양이보다 더 인간에 순종적이고 친화적이라는 이야기다. 인류는 부모를 잃은 어린 늑대를 길들여 가축화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그 과정에서 순종적인 개체를 선호하기 때문에 ‘선택’을 통해 개의 특성을 크게 개량했다는 것이다.

요즘 ‘개냥이’라고 부르는 고양이는 개처럼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도 많은 고양이를 말한다. 고양이에게 개가 합성된 수준이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집사가 팔베개를 해 주면 머리를 대고 눕거나, 주인이 귀가하면 달려가서 폭 안기고, 침대에서 고양이 특유의 마사지인 꾹꾹이를 하는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충성심이 없다는 편견과 달리 개처럼 친근하게 행동한다고 해서 ‘개냥이’라 불리는 이 고양이들 대다수는 그러나 중성화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지 못한다. 인간이 선택하고 길들인 결과가 후세로 더는 이어지지 않는다니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symun@seoul.co.kr
2019-04-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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