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냅도’의 경지/안미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냅도’의 경지/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안미현 기자
입력 2022-04-21 20:30
업데이트 2022-04-22 03:0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길섶에서
길섶에서
출근길 지하철 안.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맞은편 아이가 “냅도(냅둬)” 하며 휴대전화를 탁 끊었다. 붐비는 전철 안이라 목소리를 한껏 낮췄지만 소리에 날카로운 짜증이 묻어났다. 순간, 오래전 읽은 책 속 한 구절이 떠올라 배시시 웃음이 새나왔다. 아이는 아침부터 잔뜩 뿔난 표정인데 실없이 웃는 게 미안해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도(道) 중에 최고의 도는 ‘냅도’라는 구절이었다. 나 자신을 내버려 두는 게,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게 쉬워 보이지만 참으로 어렵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냅도”를 연발하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때로는 자기계발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기준’을 만들어 나를 가두고 남을 가둔다. 그러니 가끔씩은 ‘냅도’의 경지를 실천해 보자고 그 책을 쓴 이는 제안했던 것 같다.

냅도는 무책임이자 게으름이요, 방임이라며 불편하게 느끼는 이도 있겠다. 그래도 정색하며 반박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냥 냅둬 보자.

안미현 수석논설위원
2022-04-22 27면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