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성남시의 ‘독서수당’/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성남시의 ‘독서수당’/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9-01-29 23:34
수정 2019-01-3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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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흑인 여성으로 꼽히는 오프라 윈프리는 가정부 출신 미혼모에게서 태어났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9살 때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14살에 미혼모가 되는 등 지옥 같은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런 그녀가 1986년부터 25년간 오프라 윈프리쇼를 진행하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명단에 단골로 오른 이면엔 뭐가 있는 걸까. 그녀는 자서전에 “독서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암울했던 10대 시절 책은 희망의 등불이었고, 가난과 흑인으로서의 설움을 달래고 인생의 가능성을 알게 해 줬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자신의 쇼에서 매 달 한 권씩 책을 권해 주는 북클럽을 진행했고, 이 북클럽은 미국 사회에 폭발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디지털 문화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이지만,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선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한다. 연말이면 신문에 어김없이 윈프리 같은 명사들이 권하는 책 리스트가 등장하는 이유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 책을 추천하는 인물들은 모두 성공한 독서광이란 공통점을 지닌다. 학교 교육이 입시 중심으로 흘러가는 가운데서도 일선 초·중·고에서 다양한 독서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은 이런 독서의 힘 때문이다. 전담 사서나 사서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선 독서 동아리와 독서캠프 운영, 작가 강연, 독서 관련 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관련 예산을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게 일선 사서들의 아쉬움이다.

경기도 성남시가 독서문화 진흥을 위해 만 19세 주민이 관내 공립도서관에서 6권 이상 책을 대출하면 2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로 했다. 19세 청년을 위한 ‘독서수당’인 셈이다. 독서 진흥이란 취지는 좋지만, 그 방식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출만 증명하면 정말 독서로 이어질까에서부터 차라리 책 구입비 지원이 낫지 않을까, 각 학교의 독서 진흥사업을 더 지원하면 어떨까 등등 의문이 꼬리를 문다. 지원 대상이 첫 선거권을 갖는 만 19세 청년인 점도 논란거리다.

우연일 수는 있지만, 얼마 전 성남시의 한 중학교 사서인 지인이 “성남시 지원으로 운영해 온 독서 동아리 예산이 반 토막 나 걱정이 크다”고 한 말이 이번 일과 오버랩돼 입맛이 쓰다. 매년 150만원을 지원받아 15명이 참여하는 동아리를 진행해 왔는데, 올해부터 지원금이 80만원으로 깎였다고 한다. 10명 미만으로 줄이려니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괜히 ‘선심성’이라는 의심을 받느니 성남시가 지금이라도 독서 진흥을 위해 정말 돈을 필요로 하는 데가 어딘지 찾아봤으면 한다.

sdragon@seoul.co.kr
2019-01-30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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