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역주행 고1 학력/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역주행 고1 학력/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22-01-03 21:18
수정 2022-01-0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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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역량 중심 평가다.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교육정책 방향을 점검하는 데 중요한 지표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PISA 2000 시행 이후 3년 단위 평가에서 줄곧 성취 상위국에 포함됐으나 그 수준이 2015년 이후부터는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교육과정을 세계적 교육정책 방향에 맞게 역량 중심으로 개편했다.

그런데 만 15세(중3, 고1)의 PISA 2009와 2018의 읽기, 수학, 과학 영역 성취 수준을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4개국과 비교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분석 결과는 그간의 노력에 성과가 없었음을 보여 준다. 비교 국가는 PISA 초기부터 높은 성취를 보인 싱가포르, 최근 높은 성취 수준을 보인 에스토니아, 교육환경이 비슷한 일본, PISA 상위국으로 성취 수준 변화가 우리와 비슷한 핀란드 등 4개국이다.

평가원이 이 기간의 학습격차 양상과 성취 격차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일본, 핀란드와 함께 세 영역에서 2009년에 비해 2018년의 평균점수가 모두 하락했고, 특히 읽기 영역에서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수학, 과학도 하위 10% 집단의 차이가 상위 10% 집단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부모의 교육수준, 직업 지위, 가정의 보유 자산에 따른 세 영역의 성취도 하락폭도 비슷했다.

평생학습 시대다. 학교 교육 과정만으로는 미래 사회에서 앞서갈 수 없다. 학교 안팎의 협업이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을 도울 맞춤형 교재와 교수법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학력진단 평가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의무교육 과정인 고교까지는 학원이 아닌 학교가 보충학습을 책임져야 한다. 상위 몇%만 공부하는 교실의 수업 분위기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사회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부모의 직업 지위나 교육수준, 재산에 따라 자녀의 역량 수준이 달라진다면 진정한 능력주의 사회로 갈 수 없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 스타트업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제 역량을 펼 수 있도록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정보 제공 등 다양한 멘토링으로 기성세대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공하는 사례를 많이 발굴하고 보급할 필요가 있다.

2022-01-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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