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첨단기술 경쟁이 거세지면서 기술유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범죄 유형이 갈수록 고도화해 적발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정작 범인을 잡아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3건으로, 피해액이 무려 25조원으로 추정된다. 적발된 것만 이 정도니 실제 피해 사례와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3년간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법원 선고 총 445건 중 실형은 47건(10.6%)에 그쳤다. 영업비밀 해외 유출 사범에게 선고되는 형량도 지난해 기준 평균 14.9개월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은 징역 3년 이상 최대 30년, 영업비밀 해외 유출은 최대 징역 15년으로 규정돼 있지만 초범이거나 피해 규모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잦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그제 기술 해외 유출 방지를 위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법은 국가핵심기술이나 산업기술, 국가첨단전략기술의 해외 유출 범죄를 처벌하려면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할 목적이 인정돼야 한다. 반면 개정안은 이 기준을 완화해 국내 기술이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유출할 때도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대검찰청과 특허청도 기술유출 범죄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최한 세미나에선 초범도 강도 높은 형을 받을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개선하는 안이 논의됐다. 기업 피해는 물론 국가경쟁력을 훼손하는 악질 범죄에 대해선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는 게 맞다.
2023-05-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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