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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재난문자 피로감/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재난문자 피로감/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3-05-09 00:37
업데이트 2023-05-0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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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도중 참석자들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린다면 재난문자일 확률 99%다. 조심성이 많거나 성미가 급한 사람은 바로 문자 내용을 확인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다른 누군가가 정보를 알려줄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다. 명칭은 재난문자인데도 ‘긴급하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더라’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재난문자가 발송됐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핸드폰의 알림 기능을 꺼 놓은 경우다. 하도 자주 울리다 보니 성가시다는 이유로 정보 자체를 차단한 것이다.

이처럼 대처하는 자세는 다르지만 수시로 쏟아지는 재난문자에 어느 정도 피로감을 느끼는 건 대체로 비슷하다. 실제로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필자의 핸드폰에 수신된 재난문자는 8건이었다. 실종자를 찾는 서울경찰청의 문자가 4건, 폭우 예상을 알리는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의 문자가 2건, 산사태 위기경보 주의를 안내하는 산림청의 문자가 2건이었다. 폭우와 산사태 관련 안전안내문자 4건은 지난 5일 오전 7시 46분부터 밤 10시 55분 사이 발송됐다.

2005년 시작된 재난문자는 위급문자, 긴급문자, 안전안내문자 세 단계로 구분된다. 위급문자는 전시 상황, 공습경보, 규모 6.0 이상 지진 등 국가적 위기인 경우에 발송된다. 긴급문자는 태풍, 화재 등 대피가 필요한 자연·사회 재난이 발생했을 때, 안전안내문자는 폭염, 미세먼지, 운전 등 안전 주의가 필요한 경우에 적용된다. 2019년까지 한 해 평균 414건 정도였던 재난문자 발송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폭증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연평균 5만 4402건으로 무려 131배가 늘었다. 재난문자가 지나치게 많아서 오히려 시민의 경각심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정안전부가 ‘양치기 소년’이 된 재난문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송출 기준 개선안을 내놨다. 지진 문자는 발송 지역을 현행 광역 시도 단위에서 시군구 단위로 범위를 좁히고, 대설(大雪) 경고 문자는 도로를 통제할 경우에만 발송하기로 했다. 실종경보는 전용 앰버 채널을 통해 원하는 이용자만 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이들에게 신속히 전달해 피해를 줄이고 예방한다는 재난문자의 원칙과 목적이 제대로 구현되길 기대한다.
이순녀 논설위원
2023-05-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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