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정치공학에 정의는 있는가/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정치공학에 정의는 있는가/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입력 2012-11-16 00:00
업데이트 2012-11-16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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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열풍이 대한민국을 휘몰아친 것이 엊그제다. 그걸 보며 우리사회에 정의로운 행동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진정으로 정의로운 사회는 정치가 그 역할을 다하는 사회다. 정치가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삶에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정치인들도 선거철만 되면 소통, 공정, 인권, 복지 등 공동체 생활에서 불가결한 가치를 목청 높여 외치면서 지지를 호소한다.

그런데 대권을 향한 정치인들의 행보에 정의란 과연 있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정의롭지 못함은 극단을 향해 가는 듯하다. 여야가 서로 극명하게 대립하는 몇 가지 정치적 쟁점에서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

먼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대권후보 단일화 논의는 정의로운 사회의 기초를 위태롭게 한다. 헌법의 요청인 정당주의에서 정당의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정의의 문제를 제기한다. 문재인 후보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민주당의 경선을 거쳐서 대통령 후보가 된 분이다. 결코 ‘대통령 단일화’에 나서라고 선출된 후보가 아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문 후보를 지지한 수십만 명의 표는 문 후보가 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가서 승리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였기 때문에 지지를 보냈던 것이다. 따라서 문 후보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다시 실시하려고 하는 것은 약속을 위배한 행위로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문 후보는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두번째로 투표시간 연장의 정의론이다. 여야는 이번 대선에서의 투표시간 연장문제를 가지고 극명하게 대립한다. 투표시간 연장문제에서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 가능하다면 주권자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제반장치를 강구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주권자의 정치 참여를 높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방식이나 절차와 무관하게 정의로운 일일까? 단적으로 여당이나 야당이 투표시간 연장을 제기한 동기 자체가 정의롭지 못하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던 정치인 자신들의 직무태만에 대한 반성이 앞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시간을 연장하여 많은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주권자에 대한 서비스라고 판단된다면, 좋은 대안을 마련하더라도 소급 적용과 형평성 시비를 고려하여 이번 선거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

세번째로 대통령중임제 개헌의 정의론이다. 원래 대통령단임제는 독재를 막는다는 중요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주권자들의 선택권을 본질적으로 왜곡하는 잘못이 있다. 그래서 현직 대통령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국가경영을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 때문에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과연 대통령으로서 잘해 나갈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결국 민주성과 개방성의 지향이 더욱 중요한 국가가치가 되는 오늘날 대통령중임제로의 개헌은 정치제도로서의 정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곡동 사저 특검의 정의론이다. 사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사저 신축을 위해서 김해시와 진영읍이 봉하마을 및 주변시설에 약 490억원을 지원했던 것에 대해 감사원의 지적이 있었다. 이번 특검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를 고려한 퇴임 후의 부지 구입이 발단이 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이 명확하여, 아무리 잘된 수사라고 하여도 밝혀낼 이득액의 상한선은 특검운영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였다. 결국 국민들의 행복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정치적 만족을 위한 행보였던 것이다.

공동체 사회의 정의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치이다. 정치는 보통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을 위한 타협과 조화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정의롭지 못하면 반드시 역사적인 후유증이 남는다. 정치인들은 정치공학으로 편을 가르는 일을 그만해야 한다.

2012-11-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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