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한국의 공기업들이 야심 찬 목표로 투자한 해외 투자들도 이런저런 상대국의 정치경제 환경에 이익환수는 물론 투자금조차도 제대로 회수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허다해 속병이 심하다. 공기업의 해외투자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손해 위험이 큰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는 실적에 연연한 해외투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장에 취임하면 무언가 실적을 내야 하고 내수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기에는 한계에 부닥쳐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투자 상대국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름대로 최선의 검증과정을 갖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투자결정 과정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두 번째는 해외투자에 대한 컨설팅 자문과정이 전문성이 부족하고 겉치레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지금 정부는 공기업들의 해외투자에 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안마련에 정책 집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공기업의 적자를 줄이고 해외투자의 실패를 면하려면 첫째, 공기업의 전시성 해외투자는 신중하고도 치밀한 정보검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 점검과 함께 외부 컨설팅 검증이 보다 전문성을 갖고 이뤄져야 한다. 투자 상대국 현지의 정치, 경제 환경, 사회의 형편을 전반적으로 파악해 투자결정을 내려야 한다. 흔히 외부 컨설팅이라는 외국계 자문회사들이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투자가 이뤄지고 나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예측 가능하지 못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두 번째는 금융계통의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해외에 투자하는 만큼 정확한 외환의 변동예측과 금융거래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하는데 공기업 전체를 함께 아우르는 금융컨설팅 인재들을 자체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투자 결정에 대한 판단근거로 제시하는 보고서를 보면 국내 외국계 컨설팅회사 몇 개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투자 결정의 근거로 설명한다. 중국이 해외자원투자를 삭감하기로 결정하는 것을 보면서 큰 교훈을 얻는 것은 투자 이전에 국내외 투자 컨설팅회사의 자문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고 발로 뛰며 투자 상대국의 정치환경, 경제사정, 사회문화의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해외 투자로 인해 손실을 봐 적자에 허덕이게 되면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넘어가게 된다.
한국은 1990년대 IMF 금융위기, 리먼 브러더스 금융위기 등 국가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국민의 생활형편이 큰 어려움에 처하는 불행한 사태를 겪었다. 한 땀 한 땀 흘려 제조업에서 돈을 벌어 금융구조에 전문성이 부족해 그야말로 앞으로 남고 뒤로 크게 밑지는 형국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공기업 부채가 큰 고민거리인 현 정부는 적자를 줄이라는 엄명을 내려 놓고 있다. 부실한 해외 투자는 하루빨리 정리해 큰 손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외과적 처치를 하면서 신규 투자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구조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이 다방면에서 속도감을 갖고 국제사업의 감각을 키워 왔지만 가장 부족한 것은 고도의 글로벌 전문성을 가진 금융인재의 부족, 미숙한 해외 투자일 것이다.
2014-06-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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