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60년 이후 59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는데,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아시안컵에는 대한민국 국적의 선수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의 감독도 출전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적의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적의 박항서 감독은 대한민국이 아닌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다. 우리 대표팀의 감독은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다.
외국인 감독이 팀을 이끄는 나라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북한, 일본, 호주,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외한 20개국이 외국인 감독에게 팀을 맡기고 있다. 왜 자국인이 아닌 외국인에게 감독을 맡길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좀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좀더 선진국 출신을 감독으로 선임함으로써 보다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 선임 이후 U23 아시아선수권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 등 매우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덕분에 박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박 감독의 성과는 축구에만 그치지 않았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그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높은 매출 신장률을 달성했다. 동남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 열풍보다 더 큰 성과를 박 감독이 한국 기업에 안겨 준 것이다.
박항서 감독의 성과는 사실 우리에겐 데자뷔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2002년 한·일월드컵을 개최하면서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을 선임해 4강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묵었던 호텔은 이름을 아예 히딩크 호텔로 바꾸기도 했다. 이후에도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 투수로 거론되곤 했다. 또 지금도 히딩크재단을 통해 전국 각지에 축구장을 만드는 등 한국 축구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외국인이 나라의 흥망성쇠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로마는 정복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도 시민권을 인정했다. 심지어는 그들 중에서 집정관이나 황제가 탄생하기도 했다. 정복지의 주민들뿐만이 아니다. 노예들에게도 로마의 시민권은 개방됐다. 능력만 있다면 출신이나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 시민으로 받아들여 국가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로마제국은 476년에 멸망했지만, 동로마제국은 그로부터 1000년이나 더 존속했다.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만든 3중 성벽이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을 숱한 이슬람 제국의 공격으로부터 굳건히 지켜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3중 성벽을 무너뜨려 콘스탄티노플을 이슬람에 넘긴 사람은 아니러니하게도 기독교인이었다. 바로 헝가리 출신의 대포 기술자 우르반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동로마제국 황제에게 자신을 고용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술탄 메메드 2세에게 자신의 기술을 제공했다. 결국 우르반이 만든 대포에 의해 3중 성벽이 무너지고 동로마제국은 그 수명을 다하게 됐다.
역사는 국적이나 종교, 출신 지역에 대한 순혈주의가 한 나라 발전의 장애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가르쳐 준다. 오히려 국적이나 종교, 출신 지역을 가리지 않는 개방성과 포용성을 보여 준 나라가 시대를 선도한다고 알려 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얼마 전 인천 중학생 사망 사건은 너무나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더구나 그 학생은 외모가 조금 다를 뿐 외국인도 아니었다. 순혈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우리 안에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자문해 볼 대목이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만 250만명에 이르렀다. 다문화 가정을 이룬 우리 국적자도 100만명에 이른다. 국내 거주자 백 명 중 일곱 명이 외국에서 출생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10년이 채 지나기 전에 이 숫자는 10명 중 1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 사회가 이미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 없이는 지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올바른 외국인·다문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 시작점은 바로 외국인과 다문화에 대한 포용 그리고 그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양중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실제로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 선임 이후 U23 아시아선수권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 등 매우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덕분에 박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박 감독의 성과는 축구에만 그치지 않았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그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높은 매출 신장률을 달성했다. 동남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 열풍보다 더 큰 성과를 박 감독이 한국 기업에 안겨 준 것이다.
박항서 감독의 성과는 사실 우리에겐 데자뷔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2002년 한·일월드컵을 개최하면서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을 선임해 4강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묵었던 호텔은 이름을 아예 히딩크 호텔로 바꾸기도 했다. 이후에도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 투수로 거론되곤 했다. 또 지금도 히딩크재단을 통해 전국 각지에 축구장을 만드는 등 한국 축구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외국인이 나라의 흥망성쇠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로마는 정복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도 시민권을 인정했다. 심지어는 그들 중에서 집정관이나 황제가 탄생하기도 했다. 정복지의 주민들뿐만이 아니다. 노예들에게도 로마의 시민권은 개방됐다. 능력만 있다면 출신이나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 시민으로 받아들여 국가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로마제국은 476년에 멸망했지만, 동로마제국은 그로부터 1000년이나 더 존속했다.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만든 3중 성벽이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을 숱한 이슬람 제국의 공격으로부터 굳건히 지켜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3중 성벽을 무너뜨려 콘스탄티노플을 이슬람에 넘긴 사람은 아니러니하게도 기독교인이었다. 바로 헝가리 출신의 대포 기술자 우르반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동로마제국 황제에게 자신을 고용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술탄 메메드 2세에게 자신의 기술을 제공했다. 결국 우르반이 만든 대포에 의해 3중 성벽이 무너지고 동로마제국은 그 수명을 다하게 됐다.
역사는 국적이나 종교, 출신 지역에 대한 순혈주의가 한 나라 발전의 장애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가르쳐 준다. 오히려 국적이나 종교, 출신 지역을 가리지 않는 개방성과 포용성을 보여 준 나라가 시대를 선도한다고 알려 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얼마 전 인천 중학생 사망 사건은 너무나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더구나 그 학생은 외모가 조금 다를 뿐 외국인도 아니었다. 순혈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우리 안에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자문해 볼 대목이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만 250만명에 이르렀다. 다문화 가정을 이룬 우리 국적자도 100만명에 이른다. 국내 거주자 백 명 중 일곱 명이 외국에서 출생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10년이 채 지나기 전에 이 숫자는 10명 중 1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 사회가 이미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 없이는 지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올바른 외국인·다문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 시작점은 바로 외국인과 다문화에 대한 포용 그리고 그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2019-01-09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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