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박용하의 갑작스런 자살로 연예계가 패닉상태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처럼 보이는 스타들이 말 못할 고민과 좌절로 고통받다 자살하는 모습은 일반인들에게도 충격이지만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다른 연예인들에게도 큰 심리적 충격을 가해 자살 충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오고 있다. 연예계에 스타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현상은 왜 일어나고 어떻게 해야 예방할 수 있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연예계 자살 바이러스 공포 확산
현재 대한민국 연예계에는 ‘자살 바이러스’가 만연한 듯 보인다. 올해만 해도 두명의 톱스타가 목숨을 버렸다. 지난 30일 박용하 이전에 지난 3월 29일 배우 최진영이 자살했다. 2005년 배우 이은주의 자살을 시작으로 2007년부터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 해 자살하는 톱스타들이 나오고 있다.
잇따른 스타들의 자살로 연예계의 자살 공포증도 확산되고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최진영씨가 자살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아 또 다시 박용하씨가 자살했다. 톱스타들이 잇따라 자살하니까 연예계에서 일하는 자체가 허무하게 느껴지고 또 어떤 자살이 기다리고 있을까 싶어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가 알고 있는 연예인 중에서도 우울증에 시달리는 스타들이 몇 명 있다”며 “이제는 자살이 남의 일 같지 않아 자꾸 연락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은 일반인에게 별처럼 추앙받는 존재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화제가 되고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은 부와 명예를 누린다. 초·중·고등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연예인일만큼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빛이 화려한 만큼 어둠의 그림자도 깊다는 것이 심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겉보기에 화려하지만 마음을 나눌 친구가 의외로 적다”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된다”고 말했다.
김혜남신경정신과의원 김혜남 원장은 “연예인은 타인의 갈채와 환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보니 갈채가 사라졌다고 느끼면 정신적으로 취약해지기 쉽다”며 “때문에 술과 마약. 섹스 등에 탐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예계 자살이 잇따르는 이유에 대해서도 김 원장은 연예인들 사이에도 베르테르 효과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연예인이 동료 연예인의 자살을 겪으면서 느끼는 심리적 충격은 일반인이 보다 몇배 클 수 있다”며 “연예인은 감정의 진폭이 일반인보다 큰데다 고인과 같은 업종에서 일하며 동병상련의 어려움을 겪었기에 자살 충동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 자살 열차. 이제는 멈춰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질주하는 연예인들의 자살 열차는 어떻게 멈춰세워야 할까. 정신과 전문의들은 연예인들의 자살 배경에 우울증이나 심리적 압박감. 외로움 등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고 박용하씨의 경우 불면증에 오래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수면제로만 다스렸다는 보도를 봤다. 아마도 외부의 시선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은 듯하다”며 “우울증이 질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연예인들은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종교. 취미. 운동 등으로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숙기자 eggrol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