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故박용하를 보내기 전 만난 ‘로드 넘버원’

소지섭
왜 그랬을까. 가수이자 탤런트인 박용하가 목숨을 끊기 직전 배우 소지섭(33)을 만났다. 불현듯 친한 연예인이 궁금해졌다. 그가 박용하와 가깝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지만 그래도 묻고 싶었다.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연예계 인맥이 그리 넓지 못하지만 승헌이랑 용하와는 무척 친해요.”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날아든 비보에 소지섭은 오열하고 또 오열했다. 지난 2일 발인식 때 고인의 영정을 들고서도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오랜 친구를 잃은 슬픔에 그는 한없이 통곡했고, 마지막까지 상주를 자처하며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 주위를 숙연케 했다.

소지섭과 박용하는 데뷔 초 신인시절부터 한류스타로 뜬 최근까지 서로 의지해온 막역한 사이다. 얼마 전에는 나란히 1인 기획사를 차려 공감대가 더 많았다.

아직도 ‘절친’을 떠나보낸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지섭은 그래도 기운을 차리려 애쓰고 있다. 출연 중인 MBC 수목드라마 ‘로드 넘버 원’ 때문이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라 이미 촬영은 거의 마친 상태이지만 후반 작업이 일부 남아 있다. 게다가 지난달 23일 첫 방송한 드라마 반응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시청률도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등 당초 기대에 못 미쳐 마음이 무겁다.

“배우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이젠 결과에 조금 덤덤해지고 예전보다 부담이 덜한 편입니다. 하지만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는 감정이입과 코드가 낯설어 시청자들과 호흡을 제대로 못 맞춘 것 같아요. 하지만 극 초반에 불과하니 끝까지 지켜봐 주신 뒤에 평가를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로드 넘버원’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제작비 130억원이 투입된 대작 드라마다. 한 여자(김하늘)를 사이에 둔 두 남자(소지섭·윤계상)의 애절한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하사관 출신 장교 이장우 역을 맡았다.

“장우는 한 가지에 몰입하는 순수하고 고집스러운 인물입니다. 물론 극 중에서 한 여자만 바라보고 달리지만 그 대상은 어머니일 수도 있고 나라의 품일 수도 있죠. 한 목표를 향해 미친듯이 가는 것은 저와 닮았지만 실제 전 장우처럼 눈을 크게 뜰 정도로 감정이 격하지도 않고 직선적이지도 못해요.”

전쟁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드라마를 통해 전쟁의 비극을 다시금 깨달았다는 소지섭. 패션모델 아르바이트를 거쳐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한류스타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발리’를 찍을 때만 해도 생활연기자로 계속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데뷔 때만 해도 쌍거풀이 짙은 배우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제 외모가 맘에 안 든다는 감독님이 많았거든요. 시대를 잘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 대해 감사해요. 해외에 나가면 어깨가 무거워져 신인의 자세로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런 그가 뜻밖의 고백을 했다. “연기 못 한다는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고. “연기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연기가 그대로인 것 같다는 인터넷 댓글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런 말을 다시는 듣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했고,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를 보는 눈을 기르고 싶습니다.”

드라마와 현실을 통해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겪은 그이기에 ‘눈빛’이 더욱 깊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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