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빈은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재벌 2세 캐릭터로 ‘삼식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눈의 여왕’, ‘친구, 우리들의 전설’, ‘그들이 사는 세상’ 등에서 진지하고 무거운 역할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했지만 줄줄이 흥행의 쓴맛을 봤다.
‘시크릿 가든’에서는 까칠하고 도도한 백화점 상속남 주원 역을 맡아 다시 한번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삼순이’ 이후 한동안 벗어나려고 애썼던 ‘왕자님’ 이미지가 그에게 잘 맞는 옷이었던 셈이다. 현빈은 “그동안 진지한 역할을 하면서 힘들었던 구석이 있었다.”면서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역시 부유한 삶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대물’의 권상우도 몸에 잘 맞는 캐릭터 덕을 톡톡히 본 경우. 드라마에서 정의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검사 하도야 역을 맡은 그는 다혈질이지만 마음만은 순수한 모습을 연기하고 있다. 출세작인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때의 열정적이고 패기 넘치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최근 뺑소니 사건으로 배우 생명에 큰 위기를 겪었던 그는 작품 초기에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사과하고 역할에 부합하는 호연을 보임으로써 이미지를 회복함과 동시에 드라마 ‘못된 사랑’, ‘신데렐라맨’ 등에서 겪었던 그간의 흥행 부진도 함께 날렸다. 같은 드라마에 강태산 역으로 출연 중인 차인표 역시 오랫만에 자신의 이미지에 꼭 맞는 역으로 그간의 흥행 갈증을 한번에 풀었다. 영화계에서는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 등 차인표가 출연을 거절한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한다는 속설이 생겼을 정도였다. 영화 ‘크로싱’, 드라마 ‘명가’ 등의 작품으로 ‘바른 생활 사나이’ 이미지를 부각시켰지만, 역시 결과는 참담했다. 하지만 그는 ‘대물’에서 ‘분노 시리즈’를 유행시키는 등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모처럼만에 흥행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배우마다 맞는 옷이 있고, 자신의 매력을 발산시킬 캐릭터를 잘 고르는 것도 배우의 능력”이라면서 “현빈, 권상우, 차인표의 경우 연기 내공이 쌓여 이전과 같은 이미지의 연기에서도 한결 깊이 있고 성숙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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