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그래도 당신’ 인기몰이

안방극장에 ‘변종 막장’이 뜨고 있다.

과거 임성한, 김순옥, 문영남 작가 등이 4050대 주부를 타깃로 하는 주말극에서 주로 활약해왔다면, 최근에는 주중 드라마에서도 막장 코드가 범람하고 있다.

KBS 수목극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하 착한 남자)를 비롯해, SBS일일극 ‘그래도 당신’, MBC일일극 ‘그대 없인 못살아’ 등이 모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전개와 개연성없는 캐릭터 설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니시리즈에서 보기 드문 막장 코드로 주목받고 있는 ‘착한 남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고퀄(퀄리티가 뛰어난) 막장’로 꼽히는 ‘착한 남자’는 고급스런 영상및 연출과 따로 노는 이야기 전개로 수목극 1위를 달리고 있다.

막장의 꽃은 한재희 역의 박시연. 창녀의 딸로 죽을 노력 끝에 방송기자가 된 한재희는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뒤 그 죄를 사랑했던 남자 강마루(송중기)에게 뒤집어 씌운다. 이후 한재희는 재벌그룹 회장의 비리를 빌미로 안방마님 자리를 꿰차더니, 최근엔 남편의 심복인 안 변호사(김태훈)를 꾀여내 결국 남편을 죽이고 스스로 회장 자리에 오른다. 후처 출신인 자신을 무시하는 재벌가 여자들을 ‘네 남편도 꾀여내주랴’라는 위협으로 간단하게 제압하는가 하면, 교통사고 후 사라진 전남편의 딸 서은기(문채원)를 없애기위해 마수를 뻗기도 한다.

출신성분을 딛고 일어설만큼 독립적이고 똑똑하던 한재희가 강마루, 서회장, 김태훈 등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까지 이용하는 설정도 이상하지만, 그의 허술한 계략에 족족 걸려들어주는 주변도 납득이 안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그래도 당신’과 ‘그대 없인 못살아’는 안드로메다급 내용 전개로 흥미를 돋우고 있다. 결말을 향해가는 두 드라마는 남편의 배신으로 고통받던 여주인공이 나란히 잃어버린 ‘백마 탄’ 부모를 찾는 과정으로 접어든 상태. ‘그래도 당신’에서 고아인 주인공 차순영(신은경)은 위기에 처한 남편을 위해 위장이혼을 했다가 화장품업체회장의 손녀 강채린에게 남편을 빼앗긴다. 이때 화장품업계의 신의 손으로 꼽히는 백 소장이 찾고 있는 25년전 잃어버린 딸이 순영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반전을 맞고있다.

’그대 없인 못살아’에서도 고아인 주인공 서인혜(박은혜)가 남편의 불륜으로 상처를 받지만, 그를 오래 지켜본 남편의 친구 현태(김호진)와 새로운 사랑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인혜를 곱게보지 않던 민회장(정애리)의 잃어버린 친딸이 인혜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재혼한 민회장 부부의 각각의 자식인 두 사람은 법적 남매가 되는 묘한 상황이 됐다.

재미난 것은 황당무계한 막장드라마라는 욕을 먹으면서도 이들 드라마가 시청률에서는 짭짤한 재미를 보고있다는 점이다. 세 드라마 모두 10~15%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드라마 관계자는 “심심한 이야기가 성공하려면 정말 잘 만들어야하지만, 독한 이야기는 그 설정만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욕하면서도 다음이야기가 궁금해 안 볼 수가 없다. 그게 드라마의 재미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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