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기만 한 여배우는 이제 관객들의 사랑을 받기 어렵다. 예쁜 외모는 필수, 여기에 예쁜 외모와 반대되는 성격 혹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4차원 캐릭터가 합쳐져야 사랑받는 여배우가 될 수 있다. 올해 스크린엔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 ‘도둑들’ 전지현 ‘건축학개론’ 한가인까지 얼굴 되고 몸매 되는 그들이지만, 성격은 ‘조금’ 모자란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었다.



영화 속에서 코믹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 엄지원 김민정 한효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영화 스틸컷






연말연시를 겨냥한 영화 속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내년 1월 개봉하는 ‘박수건달’ 엄지원 ‘가문의 영광’ 5번째 시리즈 ‘가문의 귀환’의 주인공 김민정과, ‘아름답다’는 단어 하나로 ‘청순 여배우’의 틀을 완벽하게 깬 ‘반창꼬’ 한효주다.

’박수건달’에서 밀어내도 다시 돌아오는 요요 같은 무녀 명보살 역을 맡은 엄지원은 다소 과장된 헤어 메이크업과 연기력으로 도시적이고 지적인 여배우 이미지를 깨버렸다. 명보살은 푼수데기 보살로 신빨(?)이 다 떨어져 눈치빨(?)로 먹고 사는 인물이다. 짙은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에 분홍빛 입술, 그리고 입에 쫙쫙 붙는 사투리는 명보살 엄지원의 캐릭터를 한층 돋보기게 했다.

그를 ‘박수건달’로 이끈 사람은 다름 아닌 박신양이다. 지난해 SBS ‘싸인’에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박신양이 엄지원을 적극 추천해 또 다시 만났다. 촬영하면서 적극 의견을 제시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등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엄지원은 영화 속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외관도 보통의 보살들과 아주 다르다. 기존의 한복에서 벗어난 오색 찬란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한복을 입은 엄지원은 ‘패셔니스타’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엄지원은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적인 모습에 중점을 뒀다. 기존에는 심리적 변화가 많은 역할을 맡았다면, ‘박수건달’은 밝은 헤어와 짙은 메이크업으로 강렬하게 표현했다”고 이야기했다.

’가문의 귀환(지난 19일 개봉)’ 속 김민정도 예사롭지 않다. 김민정은 지난 2009년 ‘작전’ 이후 2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코미디를 선택했다. KBS2 ‘가시나무새’ MBC ‘뉴하트’ 등 까다롭고 다가가기 어려운 여성상을 연기한 것과는 정반대다. 김민정은 이 작품에서 몸개그도 불사하지 않으며 열연했다.

볼륨감 넘치는 몸매와 아기 같은 얼굴 등 김민정은 착한 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지만, 그의 전 직업은 타짜다.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앉아서 화투를 치는 그의 모습은 낯설지만 반갑다. 김민정의 명장면은 화장실 장면. 그는 두 발에 꼭 힘을 주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듯 다소 민망한 표정도 무리 없이 소화하며 ‘김민정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앞서 지난 19일 개봉한 ‘반창꼬’에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한효주도 있다. SBS ‘런닝맨’에서 ‘아름답다’는 말 한마디로 예능 감각을 뽐낸 한효주는 ‘반창꼬’에서 당돌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사랑 표현에도 적극적인 인물 미수를 맡았다.

미수는 그동안 한효주가 해왔던 캐릭터와 성격이 정반대다. 욕도 서슴없이 하고 성격도 억세고 거칠다. 애정표현도 적극적이다. 좋아하는 남자 강일(고수)을 향해 저돌적으로 키스를 퍼붓는다. 하지만 외모는 어느 때보다 청순하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립글로스만 살짝 발랐으며 청바지와 남방, 티셔츠 등 평범한 아이템으로 여성스러우면서 청순한 모습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빛났다.

[스포츠서울닷컴ㅣ김가연 기자]

cream0901@medi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닷컴 연예팀 ssent@media.sportsseoul.com

인기기사
인기 클릭
Weekly Best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