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아틀라스’·’주피터 어센딩’ 이어 SF드라마 ‘센스8’ 촬영8명의 주연 중 서울 파트 주인공…아이슬란드, 케냐, 인도 등지 돌아

“첫 촬영을 남산공원에서 했는데 정말 기분이 묘했어요. 워쇼스키 남매가 우리나라에 와서 나랑 영화를 찍는 것도 신기한데, 그중에서도 나한테 너무나도 익숙한 공간에서 촬영하니 특별한 느낌이 들었어요. 뿌듯하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고,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배두나(35)는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생각해도 감회가 새롭다는 듯 다소 달 뜬 느낌을 전했다.

일찌감치 스타보다는 배우로서의 길을 걸었고, 그러면서도 국경을 넘어 할리우드와 일본 영화계에 입성해 당당히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온 배두나가 또 한 번 의미심장한 ‘사고’를 쳤다.

’매트릭스’ 시리즈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감독인 앤디 워쇼스키-라나 워쇼스키 남매와 서울에서 미국 SF 대작 드라마 촬영을 진행한 것이다.

배두나는 앞서 이들과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주피터 어센딩’을 촬영했다. 두 작품 모두 조연이었다면 이번에 워쇼스키 남매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센스8’에서는 주연으로 올라서 8명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발탁됐다. 동양인으로는 유일하다.

또 배두나의 발탁으로 전 세계 8곳을 무대로 제작되는 드라마 ‘센스8’에서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온전히 한 회를 차지하게 됐다. 물론 서울 편에서는 배두나가 맡은 한국인 ‘박선’이 주인공이다.

지난 18일부터 서울과 경기 일산, 전북 익산 등지를 돌며 ‘센스8’을 촬영 중인 배두나를 전화로 만났다. “촬영이 밤낮없이 너무 바쁘게 진행돼 밥 먹을 시간도 없다”는 그와의 전화인터뷰는 수일에 걸쳐, 대여섯 차례 진행됐다.

서울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런던, 나이로비, 베를린, 멕시코시티, 뭄바이 등지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센스8’은 오는 30일 서울 촬영을 마치고 베를린으로 떠난다. 배두나와 함께 다른 주연들도 이 모든 도시를 함께 돌아다니며 찍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 드라마 ‘센스8’과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 각자의 영혼이 연결된 8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서로가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한다. 히어로물은 아니다. 8명의 인물은 세계 8개 도시에 흩어져 서로 다른 공간에 살고, 드라마는 그들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한 회씩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지게 되고, 주인공 중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다른 인물들이 그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돕게 된다. 그래서 서울 편은 내가 주인공이지만 나도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다른 모든 도시에 등장하게 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

내가 맡은 박선이라는 인물은 기업인의 딸로 아버지의 회사에서 재무 회계를 총괄하는 CFO다. 비즈니스 우먼 역할이 처음인데 가업을 잇는 인물인 동시에 어려서부터 무술을 갈고 닦아 파이터로도 활약하는 인물이다.

-- 워쇼스키 남매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소감은.

▲ 이제는 정말 가족 같은 느낌이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출연하는 큰 행운이 주어졌을 때는 영어도 잘 못했는데 그들이 날 믿어줬고 기회를 줬다. 나 역시 그들과 작업하면서 그들을 신뢰하게 됐다. 상호 믿음 하에 촬영하고 있다.

-- 이번에는 영화가 아닌 드라마다.

▲ 처음에는 솔직히 걱정을 좀 했다. 다른 게 아니고 ‘센스8’은 내년 첫 방송 후 매년 한 시즌씩 5~6시즌을 제작할 계획인데, 내가 과연 그렇게 장기적인 기획에 참여할 수 있을까 두려운 게 있었다.

드라마지만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TV 버전이라고 할 만큼 제작비가 엄청나게 투입된다. 스케일이 굉장히 큰 드라마다.

--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찍는다.

▲ 아이슬란드와 미국, 영국, 케냐를 거쳐 한국으로 왔다. 11월 중순까지 촬영이 계속되는데 독일, 멕시코, 인도를 거쳐 다시 아이슬란드에서 촬영이 끝난다. 아이슬란드나 케냐 등 생전 안 가본데도 가서 찍으니 여행하면서 촬영하는 것 같아 정말 좋다. 그런데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에 와서 촬영을 하니 정말 특별하고 기분이 새롭다. 워쇼스키 남매와 서울에서 미국 드라마를 촬영하다니…. 내 평생에 한 번 있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서울 편은 내가 주인공이라 내 촬영은 눈코 뜰 새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

-- 워쇼스키 남매와 다른 배우들은 서울 촬영에 대해 뭐라고 하나.

▲ 배우들이 서울이 너무 좋다고 한다. 한국에 처음 왔는데 정말 좋아한다. 이렇게 모던하고 좋은 곳인지 몰랐다고 하더라. 첫날에는 내가 내 차에 배우들을 태우고 서울을 안내했는데 그다음부터는 자기들이 알아서 촬영이 없을 때 여기저기 구경 다니더라.

압구정동, 종로, 청계천, 동대문 DDP 등지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나이로비나 런던 등과 비교할 때 훨씬 오픈된 환경에서 촬영했다. 시민들이 지나다니고 우리를 구경해도 제작진이 그다지 보안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라나(워쇼스키)가 오히려 나서서 “우리 구경하는 사람들과 다 같이 사진 찍자”고 하기도 했다. 라나가 서울 촬영을 즐기는 것 같았다.

-- 한국드라마와 비교해 촬영스케줄이 어떠한가.

▲ 미국 드라마라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웬걸 비슷하다. 미국 영화 찍을 때보다 훨씬 타이트하게 돌아가고, 특히 서울은 내 위주로 촬영이 진행돼 조금의 짬도 나지 않는다. 촬영장에 누가 찾아와도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없다. 워쇼스키 남매가 영화 찍을 때는 한 장면을 15번까지도 다시 찍던 분들인데 지금은 거의 한 번에 오케이(OK)다.(웃음) 그만큼 시간이 없다. 서울에서 베를린으로 넘어가기 전 내가 다른 스케줄이 있어 그전에 서울 촬영을 끝내야 하는 것도 촬영이 바쁜 한 이유가 됐다.

배두나는 오는 10월1일 파리로 건너가 파리패션위크에 참석한다. 럭셔리브랜드 루이뷔통쇼에 초대됐다. 이후 베를린으로 건너가 ‘센스8’ 촬영에 다시 합류한다.

그가 워쇼스키 남매와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주피터 어센딩’은 내년 3~4월께 개봉 예정이며 그는 이 영화의 개봉에 맞춰 글로벌 홍보에도 참여한다.

지난 26일 밤에는 그가 한국영화 ‘도희야’로 중국 3대 영화제인 금계백화영화제에서 국제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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