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들, 환호 속 첫 방한…콜먼 “새 시즌서 모든 것 변화”

그의 나이는 2천살을 훌쩍 넘었다.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조종하는 타임로드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다. 지구에서 2억5천만 광년 떨어진 갈리프레이 행성에서 왔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외계인 도민준이 감히 명함도 못 낼 정도로 굉장한 이력의 이 남자 정체는 바로 ‘닥터’다.

영국 BBC TV드라마 ‘닥터후’(Doctor Who)의 주인공인 피터 카팔디와 제나 콜먼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팬미팅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br>연합뉴스
’닥터’는 영국 BBC의 인기 공상과학(SF) TV드라마인 ‘닥터후’ 주인공이다. 드라마는 ‘닥터’가 타임머신인 타디스를 타고 차원과 시공을 넘나들며 겪는 모험담을 그린다.

’닥터후’가 세운 기록은 경이롭다. 첫 에피소드는 존 F. 케네디(JFK) 미국 대통령이 암살당한 다음날인 1963년 11월 23일 방송됐다. 드라마는 그동안 12명의 ‘닥터’를 배출했고 지난 2006년 최장수 SF TV드라마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닥터후’를 영국의 장수 드라마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확한 수를 세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에도 수만 명이 넘는 ‘후비안’(닥터후의 팬)들이 있다.

오는 23일 시즌8 첫 에피소드 방영을 앞두고 주인공들이 월드투어차 찾는 5개 대륙 7개 도시 중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사실은 우리네 후비안들의 애정을 짐작게 한다.

팬미팅 행사를 둘러싼 잡음은 한때 ‘닥터후 내한사태’로까지 불리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고, 1천여장의 팬미팅 표는 지난달 27일 배포 즉시 동났다.

시즌8에서 12대 ‘닥터’와 그 동행자로 각각 등장하는 배우 피터 카팔디(56)와 제나 루이스 콜먼(28)이 9일 마침내 한국에 왔다. 이날 저녁 대망의 팬미팅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둘을 인터뷰했다.

”오늘 아침 공항에서 많은 사람이 환대해줘서 기뻤습니다. 우리 둘이 마치 비틀스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같다고나 해야 할까요. (웃음)”(카팔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를 건네며 인터뷰 현장에 나타난 새로운 닥터는 후비안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BBC는 지난해 8월 새 닥터로 카팔디가 낙점된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카디프(’닥터후’ 촬영지)를 떠나 서울에 왕림한 ‘닥터’를 보기 위해 1천여명의 사람들이 이날 아침부터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63빌딩에 진을 쳤다.

카팔디는 “제게 ‘닥터’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닥터에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속 웃기만 했다”고 밝혔다. 그의 딸도 아버지가 새로운 닥터라는 소식에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렸다는 전언이다.

카팔디는 왜 본인이 닥터로 캐스팅된 것 같냐는 물음에 한참 동안 턱을 만지작만지작하더니 “나도 모르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대신 “’닥터’는 나이를 초월한 인물이고 다양한 삶을 살아왔는데 카팔디야말로 그런 면을 소화할 수 있다. 대사 한 줄을 통해서도 정말 열 가지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는 콜먼의 칭찬에 다소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카팔디가 행운의 사나이라고만 볼 일은 아니다.

그는 경력 31년차의 배우이자 영화감독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다양한 연기를 펼쳤고 BBC 정치코미디 ‘더 씩 오브 잇’에서 정부 대변인 말콤 터커 역으로 출연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무엇보다 카팔디 자신부터가 후비안이자 ‘닥터후 키즈’ 출신이다. “닥터후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닥터후를 만들고, 자신이 낳은 아이들과 닥터후를 본다”는 세간의 이야기에 딱 들어맞는 인물인 셈이다.

”어릴 때부터 ‘닥터후’를 보고 자랐어요(’닥터후’는 카팔디가 5살 때부터 방영됐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였거든요. ‘라디오 타임스’라는 곳에 제가 보낸 팬테러가 실리기도 했고, 모든 닥터로부터 사인을 받았습니다. 14살이 됐을 때 BBC ‘닥터후’ 제작진에게 정말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더니 PD가 실제로 사용된 ‘닥터후’ 대본을 보내왔어요. 그것이 제가 물리적으로 처음 손에 쥔 대본이었어요.”

열네 살 소년은 이후 배우의 꿈을 더 본격적으로 키웠고 40여년이 흘러 ‘꿈의 드라마’의 주인공을 꿰찼다.

전세계 팬들은 ‘닥터’ 카팔디와 동행자인 클라라 오스윈 오스왈드(콜먼 분)가 선보일 시즌8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동행자는 닥터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는 지구인으로 그동안 멋지고 아름다운 영국의 젊은 배우들이 출연해 왔다.

시즌8은 두 배우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작들보다 더 활력이 넘치고 변화무쌍한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새 ‘닥터’는 “인간을 정말 사랑하고 인간의 비전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인물이지만 공격적이고 인내심이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게 두 배우의 공통된 설명이다. 또 유머감각도 있지만 냉소적인 면도 있는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카팔디는 “새 시즌에서는 ‘닥터’가 뛰어다니고 쫓기고 왔다갔다하는 등 신체를 사용하는 일이 예전보다 많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와이어로 장착하고 찍었는데 9살 소년이자 슈퍼맨이 된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콜먼은 “카팔디가 ‘닥터’로 등장하면서 새 시즌은 이전과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면서 “새 ‘닥터’는 하나로 포착하기가 어렵다. 더 외계인 느낌이 나고 신비롭고 머릿속에서 많은 것들을 진행하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카팔디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직전(11대) 닥터인 맷 스미스와 점심을 먹었다면서 스미스가 “모든 순간을 즐기세요”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카팔디는 ‘후비안들이 (방송 전임에도) 이미 당신을 ‘닥터’로 사랑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후비안들이 미래를 볼 줄 아는 것 같다. (웃음) 물론 감동받았다”고 답했다.

’닥터후’가 지난 반세기를 이어온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두 배우에게 물었다.

”TV드라마 시리즈가 ‘닥터후’처럼 계속 주연배우를 바꿀 수 있다면 오래 방송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이 핵심이유는 아닐 거에요. 사람들은 ‘닥터후’를 보면서 일상의 삶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이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시공간을 초월해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은 환상적입니다. 그리고 괴물이 나오는 드라마는 항상 성공하기 마련이고.(웃음)”(카팔디)

”’닥터후’에서 갈 수 있는 시간대와 장소가 무한정이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절대 바닥나지 않는다는 점도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니까.”(콜먼)

두 배우는 아직 ‘닥터후’를 접하지 못한 한국인들에게 인사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험과 여행, 탐험, 새로운 것들을 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닥터후’를 보길 바라요.”(콜먼) “’닥터후’는 괴물과 농담, 눈물, 웃음과 함께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가장 마법 같은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카팔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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