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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강진 참사] 굶주린 약탈자들 흉기들고 거리 배회… 끝없는 엑소더스

[아이티 강진 참사] 굶주린 약탈자들 흉기들고 거리 배회… 끝없는 엑소더스

입력 2010-01-18 00:00
업데이트 2010-01-1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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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발생한 강진으로 사망자가 최대 2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이 나온 가운데 아이티의 생존자들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리는 부패한 시신의 악취로 가득하고 생존자들은 물과 식량 부족에 점차 이성을 상실해 폭도로 변해가고 있다. 지옥이 된 포르토프랭스를 탈출하려는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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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아이티의 강진으로 인한 식량난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구호물자마저 제대로 전달되지 않자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간) 상점에서 약탈한 물건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② 적십자사 자원봉사자가 15일 지진 참사로 엄마를 잃은 생후 1개월의 신생아를 구조하고 있다. ③ 아이티 주민들이 15일 배를 타고 지진으로 폐허가 된 포르토프랭스를 탈출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EPA·AP 연합뉴스
① 아이티의 강진으로 인한 식량난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구호물자마저 제대로 전달되지 않자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간) 상점에서 약탈한 물건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② 적십자사 자원봉사자가 15일 지진 참사로 엄마를 잃은 생후 1개월의 신생아를 구조하고 있다. ③ 아이티 주민들이 15일 배를 타고 지진으로 폐허가 된 포르토프랭스를 탈출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EPA·AP 연합뉴스
●경찰, 약탈자에 발포… 1명 사망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아이티를 덮친 강진으로 식량과 식수난이 가중돼 생존자들의 생계가 더욱 위협받고 있다. 물과 음식을 구하기 어렵게 되면서 시중에서는 식량 가격이 순식간에 2배 이상 뛰는 등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구호물자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으면 식량난으로 인한 사망자가 대량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칼이나 돌 등 흉기를 소지한 채 거리를 배회하는 약탈자들도 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구호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도로 등 각종 시설이 파괴돼 구호품 전달이 지연되자 민심이 흉흉해지고 생존을 위한 약탈이 시작된 것이다. 급기야 아이티 경찰은 상점을 털던 수백명의 약탈자에게 발포, 30대 남성 1명이 숨졌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충돌이 계속되자 경찰은 이 일대에 소총 등으로 무장한 경찰력을 증강배치했다.

●세네갈 정부 “우리에게 오라”

살아남은 이들은 피난길에 올랐다. 수천명의 난민은 지진이 발생한 포르토프랭스를 떠나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싣거나 걸어서 탈출하고 있다. 국제연합(UN)은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가기 위해 국경을 넘는 아이티인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난행렬은 미국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16일 오후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을 발칵 뒤집어놨던 불법 침입자가 아이티 출신의 줄스 폴 볼루트(57)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아이티 난민들이 대거 미국으로 유입할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세네갈 정부는 아프리카의 후손인 아이티 국민들이 원한다면 세네갈에 살아갈 터전을 무료로 마련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기적도 계속됐다. 포르토프랭스의 몬타나 호텔에서는 지진발생 엿새째인 17일 나딘느 카르도소(62·여)가 103시간만에 구조됐고 세인트 루이스(29·여)도 16일 대학 건물의 잔해에 깔려있다가 97시간만에 구조됐다.

●부시·클린턴 前대통령도 지원

강진으로 아이티의 국가 기능이 마비되자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함께 아이티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아이티 재난구호 활동 지원과 전국적인 모금활동 등을 위해 전면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구호기금 모금을 위한 웹사이트를 개설했으며, 뉴욕타임스에 공동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인들이 강진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아이티에 장기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호소했다.

프랑스도 옛 식민지인 아이티에 대한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조만간 아이티를 방문, 르네 프레발 대통령과 재건 지원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2010-01-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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