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방송 진행자 “에이즈 걸린 연인 내가 안락사시켜”

BBC 방송 진행자 “에이즈 걸린 연인 내가 안락사시켜”

입력 2010-02-16 00:00
수정 2010-02-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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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방송 진행자인 다큐멘터리 제작자 레이 고슬링이 몇년 전 자신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연인을 병원에서 베개로 눌러 질식사시킨 사실을 고백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고슬링은 15일 저녁 방송된 BBC 이스트 미들랜즈의 ‘인사이드 아웃 쇼’에서 의사가 에이즈에 걸린 젊은 연인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이 없다고 하자 베개로 얼굴을 눌러 숨이 막혀 죽도록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연인인 남자 친구가 고통을 견딜 수 없게 되면 죽도록 돕겠다고 약속을 했다면서 자신은 옳은 일을 했으며 후회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더운 날 오후 병원에서 의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환자는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나는 의사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한 뒤 베개를 집어 질식시켰다.의사가 돌아왔을 때 나는 ‘그는 가버렸다’라고 말했다”라고 고백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왜 이 일을 밝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고슬링은 자신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으로 BBC는 안락사에 대한 새로운 공식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에 대한 법의 완화를 지지하는 쪽으로 편향돼 있다는 비난을 또 다시 받게 됐다.

 키어 스타머 검찰총장은 다음달 새로운 안락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조력자살을 합법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1961년 제정된 자살법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타인의 죽음을 돕거나 교사하는 행위는 불법으로,최고 14년의 징역형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영국인 100명 이상이 법이 허술하게 적용되고 귀국해서 기소가 면제되는 스위스의 안락사 지정병원 디그니타스로 환자를 데려가 생을 마감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상원에서는 조력자살을 처벌하지 않기 위한 시도가 수차례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데비 퍼디가 자신의 남편이 언젠가 디그니타스에서 자신의 안락사를 도울 경우 기소될 것인지 확실히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검찰에 안락사 조력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명확한 기준을 만들 것을 요구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 발표된 가이드라인 초안은 환자가 말기에 이르렀는지,과거 자살 시도가 있었는지,조력자가 금전적 대가를 받았는지 등을 따지게 하고 있다.

 3월 발표될 예정인 최종 가이드라인은 의료인,사법 전문가,종교 지도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주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도덕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판론자들은 조력자살을 합법화하는 것은 노인이나 장애인과 같은 약한 사람들이 자살함으로써 자신을 간호하는 사람의 짐을 덜어야 한다는 압력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가이드라인이 부도덕한 사람들에 의해서 노인들을 보내고 상속을 요구하기 위한 허가장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비난한다.

 여론은 자살법 완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거브(YouGov)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분의 3이 안락사 조력자에 대한 기소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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