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그늘…밴쿠버 10억弗 빚더미

올림픽의 그늘…밴쿠버 10억弗 빚더미

입력 2010-02-26 00:00
수정 2010-02-26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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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밴쿠버가 연일 세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엄청난 빚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을 치르느라 진 빚만도 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지금은 수십만명의 밴쿠버 시민들이 올림픽 파티를 즐기고 있지만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고 보도했다.

밴쿠버는 지금 동계올림픽 장소로 유명해졌으나 이 나라 국민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도시다.

올 겨울은 날씨도 이상할 정도로 따뜻해 올림픽을 앞두고 새 단장한 공원에서 수선화를 비롯한 꽃들이 만발하고 있다.

이 화려함 뒤편에는 재정적인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노르텔 네트워크, 제너럴 모터스 등 올림픽의 주요 스폰서들을 파산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알파인 스키경기가 열리는 휘슬러 블랙콤 리조트 역시 곧 경매로 팔려나갈 처지다.

치안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당초 1억6천500만 달러로 추산됐으나 지금은 10억 달러에 달한다.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은 여전히 이번 올림픽이 적자는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제올림픽 조직위원회(IOC)가 갖고 있는 4억2천300만 달러의 비상금을 포함해서 하는 얘기다. 구체적인 재정상황은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밴쿠버와 브리티시 콜럼비아 등의 시민들은 벌써 교육과 보건의료, 예술분야 지원 등에서 이미 예산삭감을 경험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올림픽 예산에 허덕여 여력이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의 올림픽 선수촌 개념인 올림픽 빌리지 문제도 밴쿠버 시를 더욱 곤경에 빠뜨렸다.

이 지역의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올림픽에 앞서 그럴듯한 올림픽 빌리지 건설 청사진을 제시했다.

밴쿠버가 시유지를 제공하면 여기에 선수촌을 만든 뒤 올림픽이 끝나면 호화 아파트로 개조해 이 분양대금으로 시유지 제공에 대한 보상을 한다는 것이었다. 사업이 잘될 경우 밴쿠버는 화려하게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계획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올림픽 유치를 빌미로 당선된 로버트슨 시장은 선수촌을 완성하기 위해 4억3천400만 달러의 특별대출을 받아야 했다.

결국 시는 10억 달러의 빚을 지게됐고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밴쿠버의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유지하면 빚은 대부분 갚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수억 달러의 빚이 남게 될 것이라고 로버트슨 시장은 털어놓았다.

일반인들이 올림픽에 갖는 불만은 이 뿐만이 아니다. 어차피 메달 시상식 입장 티켓만 해도 서비스료 를 제외하고 21달러나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올림픽을 가까이서 보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이번 올림픽에서 인기가 있는 성화대 마저 당초 철조망 울타리로 가려져 있어 마치 교도소를 연상케 했다는 것이다.

또 캐나다 아이스하키 팀이 미국 팀에 패배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도시는 여기저기서 밤 늦게까지 떠들고 마시느라 흥청망청했다.

스탠리 파크 인근에 사는 리 플레쳐씨는 “전체 경비가 얼마인지 몰라도 시민들은 아주 오랫동안 이를 갚아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일부는 아주 큰 이득을 보겠지만 일반인들은 세금만 많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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