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3일째 산티아고 긴장 속 일상 회복

강진 3일째 산티아고 긴장 속 일상 회복

입력 2010-03-02 00:00
수정 2010-03-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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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새벽(이하 현지시간) 규모 8.8의 강진이 칠레를 뒤흔든 지 사흘째인 1일 수도 산티아고는 아직 지진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긴장감이 곳곳에 배어있었지만 비교적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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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이후 칠레의 모습. AP=연합뉴스
강진 이후 칠레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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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강진 이후 폐허가 된 마을의 모습. AP=연합뉴스
칠레 강진 이후 폐허가 된 마을의 모습.
AP=연합뉴스


슈퍼마켓과 주유소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거리는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었으며,지하철 운행이 정상화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거리를 지나는 주민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강진으로 끊겼던 전기와 수돗물 공급도 이날까지 95% 이상 복구돼 산티아고 시민들의 일상도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칠레 언론과 주민들은 산티아고에서 강진의 흔적을 지우려면 앞으로도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점심 때가 지난 오후 3시40분께,칠레의 관문인 산티아고 국제공항으로 가는 외곽도로는 차량으로 붐볐다.

 이번 강진으로 도로 곳곳에 생긴 균열을 메우는 공사가 벌어지면서 차량들이 거북이걸음을 했기 때문이다.일부 도로 구간에서는 20㎝ 가까운 틈이 발견돼 안전관리원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차량의 서행을 유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공항 진입로는 경찰에 의해 완전히 통제됐고,평소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주차장은 공항 직원의 것으로 보이는 차량 몇 대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강진으로 지붕이 무너진 공항 청사는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채 보수공사를 벌이는 인부들의 노란색 모자만이 바쁘게 움직였다.

 산티아고 공항은 아직도 공식적으로는 폐쇄돼있는 상태지만 이날 10여편의 항공기에 대해 이착륙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져 공항 업무가 조금씩 정상화되고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마침 유니폼을 차려입은 란(LAN) 항공사 여승무원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항공기 이륙 여부를 물었다.‘비에라 피게로아’라는 이름의 이 여승무원은 “급하게 연락을 받고 나오는 길”이라며 “뉴욕행 항공기를 탈 것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산티아고 시내로 차를 몰자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주유소.강진으로 문을 닫았던 주유소들이 영업을 재개하자 대형 주유소에는 30~40대 차량이 줄을 섰다.

 후안 파블로라는 남성은 차량에 연료를 가득 채운 뒤에도 40ℓ들이 플라스틱 통에 석유를 더 채웠다.“석유값이 언제 오를지 몰라 미리 사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내로 갈수록 문을 열고도 영업을 못하는 주유소들이 눈에 들어왔다.비축분이 부족해 판매할 연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칠레 당국이 연료 수급 불균형을 막기 위해 주유소에 대한 공급을 확대하기로 하는 한편 1인당 구입할 수 있는 연료의 양을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약탈사태를 우려해 영업을 극도로 제한했던 슈퍼마켓도 일제히 문을 열었다.

 산티아고 최대 슈퍼마켓 체인의 하나인 ‘리데르’(Lider)에는 식료품 등 생필품을 구입하려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슈퍼마켓 입구에는 칠레 당국의 약속대로 경찰관 2명이 배치됐다.

 슈퍼마켓 관리인은 “오늘은 아침부터 슈퍼마켓이 엄청나게 붐볐다”면서 “설탕과 밀가루 등 식료품을 대량으로 사가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슈퍼마켓을 나오던 한 주부는 “정찰제가 실시돼 아직 가격이 오르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그러나 식료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이미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산티아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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