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군사대국 변신?…개헌절차법 내일 시행

日 군사대국 변신?…개헌절차법 내일 시행

입력 2010-05-17 00:00
수정 2010-05-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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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헌법 개정 절차를 규정한 국민투표법이 18일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전쟁 포기,군대 보유 금지 등을 규정한 헌법 9조를 바꾸자는 개헌 논의가 다시 불붙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투표법이 제정.공포된 지 3년만에 시행되더라도 실제로 헌법을 바꾸기까지는 몇가지 문제가 남아있지만 여야 모두 개헌파가 다수인 상황에서 일본의 군사대국 변신은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투표법 경과.내용

 국민투표법의 정식 명칭은 ‘일본국 헌법의 개정 절차에 관한 법률’이다.일본이 이 법을 공포한 건 자민당 정권 시절인 2007년 5월18일이었다.

 헌법 96조에 ‘헌법을 개정하려면 상.하원 의원 각각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발의한 뒤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구체적인 개헌 절차를 규정해놓은 법률이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2007년 당시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국민투표법 제정을 밀어붙인 아베 신조(安倍晉二) 총리는 ‘전후체제 탈피’를 주창했다.일본 보수파의 관심이 주로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고,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고,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9조를 바꾸는데 쏠려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당시에는 상하 양원에 개헌안을 심사할 헌법심사회만 만들어놓았고,나머지 주요 사항은 공포 3년 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국민투표법이 시행되는 18일 이후에는 중의원(하원) 의원 100명,참의원 의원 50명 이상이 찬성하면 언제든지 조항별로 개헌안을 제출할 수 있다.상하 양원의 헌법심사회와 본회의를 각각 거치고 나면 60∼180일 안에 국민투표에 부쳐지며,유효 투표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헌법이 바뀐다.

 ◇난점도 상당수

 국민투표법상 국민투표에 참가할 수 있는 유권자의 최저연령(만 18세)은 현행 선거법의 제한 연령이나 민법상 성인의 기준 연령(만 20세)과 다르다.

 또 정치 활동이 제한된 공무원이 의사표시를 하려면 일부 제한 규정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상하 양원 모두 헌법 개정안을 심사할 헌법심사회가 위원을 뽑아놓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라는 점이다.중의원은 지난해 6월 헌법심사회 규정을 만들었지만 참의원은 이조차도 없다.

 다만 선거권자 연령은 관련 법률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는 현행 선거법대로 20세 이상이 참가하면 된다는 주장이 강력해 일본내 논의는 헌법심사회 조기 가동에 쏠려 있다.

 ◇일본내 움직임

 한때 개헌으로 기울었던 여론은 최근에는 찬반양론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7∼18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는 ‘개헌을 기대한다’는 의견이 50%였던 반면 ‘기대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48%에 이르렀다.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헌법 9조를 ‘바꾸지 않는 편이 좋다’(67%)는 의견이 ‘바꾸는 편이 좋다’(24%)는 쪽을 크게 웃돌았다.

 일본 정부는 관련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1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국민투표 소관 부처인 총무성은 지금까지 개헌 절차를 알리는 팸플릿 500만부를 배포한데 이어 올해에도 홍보 예산 2천만엔을 편성해놓았다.올해 3월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얻어 국민투.개표 속보 시스템을 시험 가동했고,18세 이상∼20세 미만 선거권자의 명부 작성에 필요한 예산 약 20억엔도 잡아놓았다.

 보수 야당은 국민투표법 시행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자민당은 국민투표법이 시행에 들어가면 곧바로 개헌안을 제출해 7월 참의원 선거 쟁점으로 만들겠다는 태세다.최근 잇따라 만들어진 신당들도 한결같이 개헌에 적극적이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를 회장으로 한 ‘신헌법 제정 의원 동맹’은 지난달 29일 도쿄 헌정기념관에서 집회를 열고 헌법심사회 조기 가동을 요구하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다만 상.하 양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 민주당이 개헌에 소극적이라는 점이 현실적으로 일본의 군사대국화 개헌을 막고 있다.

 구 사회당 출신은 물론이고,자민당 출신 위원 중에서도 “국민투표법을 사실상 폐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연립내각에 참여한 사민당도 “헌법심사회가 가동되는 것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든 막겠다.”라고 벼르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 등 주요 각료나 여당 간부 중에는 개헌파가 다수지만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새로운 불씨를 만들 수 있는 개헌 문제에 손을 대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라고 해서 일단 국민투표법이 시행되고 나면 언제까지 헌법심사회 가동을 미루기 난처하다는 측면도 있다.이에 따라 참의원 선거 이후 지도부 재편 결과에 따라서는 민주당이 개헌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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