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진해산 ‘최후통첩’…“진정성 보이면 대화 가능”
태국 반정부 시위대(UDD.일명 레드셔츠)가 방콕 시위지역 곳곳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강경파 지도자 카티야 사와스디폰 전 특전사령관(소장)이 피격 닷새만인 17일 숨지면서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태국 정부가 시위대가 정국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일 경우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시위대의 대응에 따른 평화로운 해결 가능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위대 강경파 지도자 카티야 사망=지난 13일 시위 현장인 라차프라송 거리 주변에서 외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 의문의 저격을 당해 혼수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던 카티야가 17일 오전 숨졌다고 병원 측이 이날 밝혔다.
카티야는 UDD의 투쟁 작전을 사실상 총괄한 인물로 태국 정부는 그가 시위대의 테러활동을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지목했었다.
특수전에 능통한 군장성 출신인 그는 시위대가 자진해산하더라도 자신은 일부 지지자들과 함께 결사항전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UDD 내부에서도 강경 입장을 고수해온 인물이었다.
◇카티야 사망에 정국 긴장 고조=이날 카티야가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위 정국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국 보안당국이 지난 13일 오후부터 시위 장소인 방콕 쇼핑중심가 라차프라송 거리 일대에 대한 봉쇄작전을 펼치면서 시위대와 군경간 충돌로 벌어진 유혈사태는 카티야가 의문의 저격을 당한 직후 더욱 격화됐었다.
시위대는 그동안 시위의 선봉에 나서서 사실상 진두지휘했던 카티야의 저격 사건에 태국 정부가 연루됐다고 주장하며 시위의 강도를 높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카티야의 사망 소식이 시위대를 더욱 자극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벌써 나흘째 계속된 시위대와 군경간 충돌로 군인 1명과 시위 참가자 등 36명이 숨지고 244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17일 새벽에는 시위 장소 인근의 고급호텔인 두싯타니 호텔이 총격을 받고 대형 폭발음이 들려 투숙객들이 지하로 대피하는 등 시위현장 일대의 혼란도 고조되고 있다.
◇ 泰정부,시위대에 자진해산 ‘최후통첩’=앞서 16일 태국 보안 관련 최고기구인 ‘비상사태해결센터’(CRES)는 시위대에 17일 오후 3시까지 자진해산하지 않으면 구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RES는 “시위현장에서 즉각 해산하라”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 시위대는 징역 2년형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또 17일 반정부 시위대를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 및 개인 계좌 106개에 대해 동결 조치를 내린다면서 현지 언론 사이트 등에 관련 명단을 공개하는 등 시위대를 압박하고 있다.
시위대 지도부는 이번 유혈사태를 중단시킬 수 있는 인물은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뿐이라며 개입을 촉구하고 있지만 지난해 9월 건강 악화로 장기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푸미폰 국왕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태국 정부는 지난 13일 시위대 동조자들의 방콕 진입을 막기 위해 북부와 북동부 지역 15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16일에도 5개 주에 대해 추가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위대는 유엔이 중재할 경우에 한해 정부와의 평화 협상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정부는 유엔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런 가운데 17일 정부가 시위대가 폭력 시위를 중단하고 화해를 원한다는 진정성을 보여줄 경우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면서 협상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파니탄 와타나야곤 정부 대변인은 방송을 통해 “우리는 태국을 평상시로 되돌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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