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구호선 공격…19명 사망

이스라엘, 가자 구호선 공격…19명 사망

입력 2010-06-01 00:00
수정 201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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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에 탄 승선자 10여 명이 31일 새벽 이스라엘군 특공대의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중해에서 벌어진 이번 참사는 이스라엘 해병 특공대가 이날 오전 5시(현지 시각)께 가자지구로부터 130㎞가량 떨어진 공해상에서 항해 중이던 구호선에 승선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 해병 특공대는 ‘자유 함대(Freedom Flotilla)’로 이름 붙여진 구호선단 6척의 가자지구 입항을 저지하려고 이들 선박에 들이닥치는 과정에서 승선자들과 충돌했다.

터키인들이 주로 탄 선박에서 촬영돼 인터넷에 게재된 영상에는 검은색 군복 차림의 이스라엘 특공대원들이 헬리콥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자 선박에 있던 운동가들과 몸싸움이 벌어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선박에 탄 터키인 마비 마르마라는 친팔레스타인 단체인 ‘프리 가자 운동’의 홈페이지에서 “어둠 속에서 이스라엘 특공대원들이 헬리콥터에서 선박으로 내려오자마자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탑승자들이 칼과 곤봉, 심지어 실탄으로 공격해 특공대가 대응 사격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 중에 구호선 승선자 10명 이상이 사망하고 15∼30명이 부상했고 특공대원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밝혔으며, 이스라엘 민영방송인 ‘채널 10’ TV는 승선자 1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번 국제 구호선 운항에 관여한 터키의 한 자선단체는 사망자 대부분이 터키인이라고 밝혔다.

터키 외무부는 “무고한 민간인들을 공격함으로써 이스라엘은 인명과 평화를 위한 활동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음을 다시 한번 명백히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터키 외무부는 이어 “공해 수역에서 일어나 국제법을 심각히 위반한 이번 행위는 양국 관계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현지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학살이라고 간주하고, 이를 비난한다”면서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하마스는 전 세계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에 나서달라고 아랍인과 무슬림에 촉구했다.

아랍연맹은 6월 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22개 회원국 비상회의를 소집, 이번 이스라엘군의 발포 사건에 대한 공동 대응 조치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리스와 스페인, 스웨덴, 덴마크, 이집트 등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했으며, 유럽연합(EU)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며 이스라엘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27개 EU 회원국 대사급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스라엘은 구호선 발포 사건과 관련,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터키의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자국민에게 당부했다.

영국과 아일랜드, 터키, 그리스 등의 친팔레스타인 운동가 700여 명은 전날 키프로스에서 건축자재와 의약품, 교육용 기자재 등 1만t 분량의 구호품이 실린 선박 6척을 타고 가자지구로 출발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들 선박의 항해를 해상에서 차단한 뒤 복귀 지시를 거부하면 이스라엘 항구로 나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들 구호선에는 197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북아일랜드의 평화운동가 메어리드 코리건 맥과이어와 유럽 의원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헤디 엡슈타인(85) 등도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2007년 6월 가자지구가 강경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자 구호품의 제한적 반입만을 허용하는 강력한 봉쇄정책을 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6월 의약품을 싣고 가자지구 항구로 향하던 미국의 ‘프리 가자 운동‘ 소속 구호선을 지중해에서 저지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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