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퇴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하토야마 퇴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입력 2010-06-03 00:00
업데이트 2010-06-0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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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텐마 압박 美 영향 일축,미일관계 개선 기대…백악관 “차기 총리와 긴밀 협력” 강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의 퇴진을 지켜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반응은 역대 어느 일본 총리 교체때보다도 신중하다.

 내각제라는 정치 체제의 특성 때문에 동맹국인 일본의 잦은 총리 교체는 미국으로서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토야마 총리의 경우 취임초부터 “미국 의존외교 탈피”,“대중(對中) 관계 강화” 외교 노선을 주창했고 특히 후텐마(普天間) 미군 기지 이전을 놓고 미국과의 갈등이 첨예했던데다,퇴진의 결정적인 계기로 후텐마 문제가 꼽히기 때문에 여느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미국과의 외교문제가 결국 총리 교체라는 일본 국내 정치 격변의 동인(動因)이 됐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로서는 목소리를 낮출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일본 전문가로 정치전문 블로그 ‘워싱턴 노트’를 운영하는 스티븐 클레몬스는 “오바마가 하토야마를 퇴진시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하토야마는 자신을 냉대해왔던 오바마 대통령의 압력을 결국 버텨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토야마 총리는 수개월동안 미국 정부와 일본 국민들에게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모순된 메시지를 보내왔고,결국 지지율이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후텐마 논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변화하는 일본내 여론과 동맹국의 입장을 고려해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는,‘합의 사항 준수’라는 원칙을 고집해 하토야마 총리를 궁지에 빠뜨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스티븐 클레몬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하토야마 총리에게 ‘당신을 믿을 수 있냐’며 엄청난 압력을 넣었고,냉대하는 태도를 유지해왔고,제대로 소통하지도 않았고,회담에서도 반기지 않으면서 하토야마 총리의 체면을 구겼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바마-하토야마’ 라인은 과거 ‘부시-고이즈미’ 라인에 비하면 소원하고 단절되다시피한 관계였다.

 지난해 가을 후텐마 문제로 갈등이 첨예했을 때에는 미 행정부 주변에서 “하토야마와는 얘기가 안된다.차기 총리와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고,국무부 고위당국자는 “현재 아시아 외교에서 가장 까다로운 존재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발언까지 나와 미.일 동맹에 균열 조짐이 감지됐다.

 더구나 ‘보다 평등한 미.일 외교’를 주창하며 중국에 더욱 다가서는 외교를 앞세운 하토야마의 노선은 미국 당국자들을 우려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기도 했다.

 물론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하토야마 총리가 국민들의 기대치들을 관리하는데 실패했고 국내 정치적 스캔들까지 겹쳐 물러났다”며 하토야마 총리 퇴진을 자신의 정치적 역량 문제로 돌렸다.

 하지만 미 행정부내에서는 하토야마 퇴진이 미.일 관계 개선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차기 총리는 하토야마의 ‘실패한 외교 실험’을 반면교사로 삼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는 듯하다.

 특히 일본 국내 정치의 입장에 따라서 미.일 동맹 문제가 이리 저리로 굴러가는 ‘정치적 축구게임’이 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백악관은 하토야마 퇴진 하루뒤인 2일 성명을 통해 “미.일 양자관계는 매우 강하고 공통의 이해.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우리는 차기 일본 총리,일본 정부와 양국의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미.일 동맹을 강조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 싱크탱크인 저먼 마셜 펀드의 아시아 문제 선임 연구원 대니얼 트위닝은 포린 폴리시 인터뷰에서 “기존의 후텐마 합의가 지켜졌고,하토야마가 물러났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문제를 잘 처리한 셈”이라며 “이제 새로운 일본 지도자를 맞이해 다른 이슈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시아 폴리시 포인트의 일본 문제 전문가인 민디 코틀러는 “많은 희생을 낳은 승리”라며 하토야마 퇴진을 기뻐할 일로만 생각해선 안된다고 규정한뒤 “미국이 자민당 향수에만 젖어있지 말고 일본 변화의 상징인 민주당의 부상에 맞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미.일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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