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경제협정 체결… ‘중화경제권’ 시동

中-대만 경제협정 체결… ‘중화경제권’ 시동

입력 2010-06-29 00:00
업데이트 2010-06-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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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이 29일 충칭(重慶)에서 제5차 양안회담을 열어 자유무역협정(FTA)격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서명한다.

중국과 대만이 분단된지 60년 만에 상품무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없애고 서비스무역 개방, 투자보장, 지적재산권 보호 협정을 포함한 광범위한 무역협정을 체결함에 따라 ‘중화공동체’를 향한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양측은 이날 오전 충칭시 소피텔호텔에서 회담을 열어 ECFA 체결과 관련한 최종 조율을 한 뒤 오후에 정식으로 서명식을 갖는다.

중국측에서는 천윈린(陳雲林)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 회장이, 대만측에서는 장빙쿤(江丙坤)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 이사장이 이끄는 대표로 나서 ECFA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문서는 서문과 5개 장(章), 16개 조(條), 5개 부속문건으로 구성돼 있다.

5개 장은 총칙, 무역 및 투자, 경제협력, 조기관세자유화(조기수확), 기타 등으로 이뤄진다. 16개 조는 보다 구체적으로 상품무역, 서비스무역, 투자, 경제협력, 예외조항, 분쟁해결 등을 규정하고 있다. 5개 부속문건은 상품무역 조기수확 품목 명단 및 관세 인하계획, 서비스 무역 조기수확 분야 및 개방조치 등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관세 폐지 또는 감면을 거쳐 2년내에 관세 폐지에 이르는 이른바 조기수확 대상품목에 대만이 539개 품목을, 중국이 267개 품목을 포함시켰다. 대만의 조기수확 품목 중 108개는 ECFA 발효 직후 무관세 혜택을, 나머지는 2년동안 3단계를 거쳐 무관세 혜택을 보게 된다.

대만의 조기수확 품목을 분야별로 보면 농산품 18개, 석유화학 88개, 기계 107개, 방직 136개, 운수공구(자동차부품포함) 50개,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서비스업 3개, 비금융서비스업 8개 항목이 포함됐다.

중국의 조기수확 대상 품목은 석유화학 42개, 기계 69개, 방직 22개, 운수 공구 17개 등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농산물과 관련해 대만산 제품은 중국으로 수출이 허가되지만 중국산 제품은 대만으로 수출이 제한되는 점이다.

서비스 분야에서 중국은 회계, 컴퓨터 서비스, 연구.개발, 컨벤션, 전문설계, 수입영화쿼터액, 병원, 민용항공기 수리, 은행, 증권, 보험 등 11개 업종을, 대만은 연구.개발, 컨벤션, 전시, 특제품 설계, 수입영화쿼터액, 위탁판매, 엔터테인먼트, 항공위치추적서비스, 은행 등 9개 업종을 우선 개방하기로 했다.

중국과 대만 양측은 이날 ECFA 체결후 6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후속협상을 열기로 합의할 예정이다.

양측은 후속협상에서 이번 ECFA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만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품목에 대해 논의키로 해 양안간 개방 품목과 업종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은 지난해 중국에 572억달러를 수출했을 정도로 대만의 최대 교역대상국이다.

특히 대만의 대(對) 중국 수출품목이 우리나라의 수출품목과 겹친다는 점에서 대만산이 중국 시장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을 경우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은 지난 1월 중국-아세안국가연합(ASEAN) 자유무역협정(FTA)를 기초로 아세안 회원국들의 상품 무관세가 현실화하자 위기감을 느껴 ECFA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중국이 상품과 서비스 무역 분야 조기수확 품목결정에서 크게 양보하면서 신속한 합의에 이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유력 외교소식통은 “상품무역의 조기 수확 품목 결정에서 대만이 중국보다 품목 수에서 2배를 포함시켰을 정도로 중국의 양보가 컸다”며 “그렇지만 중국으로서도 자국 중심으로 홍콩.마카오에 이어 대만까지 포함시킨 중화경제권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실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장빙쿤 해기회 이사장이 이끄는 대만 대표단은 28일 충칭에 도착해 중국측 파트너인 천윈린 해협회 회장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천 회장은 환영사에서 “최종적인 결정만이 남았다”며 “ECFA 체결은 중국과 대만이 세계화와 지역통합으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해 양측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대표단은 서명식 후 중국 당.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왕이(王毅) 주임과 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충칭(重慶)시 당서기 등과 면담할 예정이다.

중국과 대만은 지난 23∼24일 타이베이에서 예비회담을 열어 ECFA의 본문과 5개 부속문건에 합의해 실무협상을 완료했다.

그러나 대만의 야당인 민진당 주도로 중국과의 ECFA 체결로 대 중국 의존도가 더 심화할 뿐더러 자칫 대만 자치가 침해될 수 있다면서 반대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어 ECFA 체결 후에도 대만 입법원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타이베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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