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서 9번 실패 끝에 이식
세계 최초로 얼굴 전체를 이식 받은 환자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르셀로나 AP특약·BB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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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사고로 얼굴을 잃었던 31세 스페인 농부 ‘오스카’가 세계 최초의 안면 전체 이식수술로 새 삶을 찾았다. 지난 3월 수술대에 오르기 직전 ①에는 말은 커녕 코로 숨조차 쉴 수 없었으나, 코에서 치아까지 얼굴의 모든 기관들을 기증받아 이식 ② 하고 혈관과 신경을 연결한 뒤 ③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④.
바르셀로나 AP특약·BBC 홈페이지
바르셀로나 AP특약·BBC 홈페이지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발 데브론 대학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타난 ‘오스카’라는 이름만 알려진 31세 농부는 다물어지지 않는 어색한 입모양에, 발음은 부정확했다. 하지만 오스카는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너무나 기쁘다. 내게 얼굴을 기증한 남성의 가족과 의료진에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오스카는 지난 3월20일 수술대에 눕기 전까지 ‘얼굴 없는 사람’이었다. 5년 전 불의의 총기 사고 이후 얼굴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고통의 시간들이 채웠다. 말을 할 수도 없었던 것은 물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수술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무려 9차례 수술대에 올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10번째 수술 기회는 새 얼굴, 새 인생을 가져왔다. 병원의 호앙 페레 바레트 박사를 비롯, 전문가 30명이 24시간에 걸쳐 안면 전체를 이식하는 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다. 현존하는 모든 성형·신경혈관·재생 수술이 동원된 결과였다.
단순한 현대 의학의 승리가 아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 오스카에게 피부, 근육, 코, 입술, 턱, 입천장, 치아 전체, 뺨, 아래턱을 주고 간 기증자와 그의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면 기증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오스카는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추가 수술과 회복치료를 통해 12~18개월쯤 지나면 얼굴 기능의 90%를 쓸 수 있다. 바레트 박사는 오스카의 얼굴에 대해 “기증자와 오스카의 본래 얼굴을 합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안면 이식은 지난 2005년 자신이 기르던 개에 얼굴을 물린 프랑스 여성이 수술을 받은 이래 전세계적으로 10건 정도 성공했지만 모두 부분 수술이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0-07-2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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