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파 ‘찬성’ BNF ‘반대’…佛, 외규장각 반환 논란

지한파 ‘찬성’ BNF ‘반대’…佛, 외규장각 반환 논란

입력 2010-11-19 00:00
업데이트 2010-11-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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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에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를 사실상 반환키로 합의한데 대해 프랑스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외규장각 의궤를 소장하고 있는 파리 국립도서관(BNF)의 반발은 예상됐던 것이기는 하지만 BNF가 앞으로 반환 이행에 관한 협의를 해야 하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주목된다.

뱅상 베르제 파리7대학 총장과 장-루 살즈만 파리13대학 총장, 자크 랑 전 문화장관 등 3명은 18일 르 몽드에 실린 기고문에서 이번 합의를 “양국 간 오랜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행동이자 양국 외교의 큰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외규장각 의궤 반환 지지협회’ 소속 회원들로, 베르제 총장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스스로를 ‘한국의 친구들’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지한파에 속한다. 랑 전 장관은 의궤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 함께 가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최근 프랑스 대학 내 한국어학과에 등록하는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프랑스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번 합의로 한국과 프랑스 간에 문화적, 지적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의궤를 소장하고 있는 BNF의 사서 11명은 진보 성향인 라 리베라시옹 신문에 반대 성명을 내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BNF 사서들은 두 정상간 합의가 자신들이 요구해온 ‘상호 등가’ 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는 형식을 묵살하고 ‘5년 단위 갱신 대여’라는 포장을 한 ‘사실상의 반환’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합의는 BNF와 프랑스 문화부의 입장에 반하는 결정이자 프랑스 국내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국 한국과 비슷한 처지인 다른 나라들의 반환 요구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라 리베라시옹 신문도 1면과 문화면 전면을 할애해 BNF의 반발을 전하면서, 외규장각 의궤들 가운데 몇 권이 5년 후 파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지만 아무도 이를 믿지 않고 있고 이 의궤들이 한국에 가면 다시는 프랑스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따라서 일단 의궤를 소장한 당사자인 BNF 사서들의 반발이 무마되지 않은 채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실제 반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들은 이번 협상이 의궤를 사실상 한국에 반환하는 쪽으로 진행되자 사르코지 대통령의 전용기를 막아서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은 것으로 알려진 강경파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측 실무대표로 프랑스측과 협상해 합의를 이끌어낸 박흥신 주프랑스대사는 “대통령간 합의사항인 만큼 프랑스로서는 신뢰 차원에서라도 내줄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정부간 협상대표 협의를 통해 불필요한 파열음을 낼 수 있는 잔가지들은 다 쳐낸 뒤 BNF와는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문제들만 다루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대사는 “프랑스로서도 사르코지 대통령의 영(令)이 살아있을 때 실무협상을 마무리하자는 입장”이라며 “양국 정부의 의지가 분명한 만큼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실무협상을 조속히 마무리짓고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가져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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