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라늄농축 위기와 한미 FTA의 전략성

北 우라늄농축 위기와 한미 FTA의 전략성

입력 2010-11-23 00:00
수정 2010-11-2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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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FTA 합의 실패후 한미관계 ‘경고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빈손’으로 귀국한 후 워싱턴은 온통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뒤덮였다.

 그로부터 일주일여가 지난 20일 방북한 미국의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한의 원심분리기 2천개 보유’ 소식을 갖고 오자 미국 언론과 여론의 관심은 온통 북한의 우라늄농축,새로운 북핵위기로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급히 서울로 날아가는 등 오바마 행정부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북정책 실패”를 주장하며 물밑에서 미국의 대북접근법의 재검토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부상하고 있다.

 헤커 박사와 함께 북한 영변을 다녀온 스탠퍼드대 로버트 칼린 객원연구원과 존 루이스 교수는 22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미국이 한국을 따라가야만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한국의 반대가 있더라도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행정부는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하지 않겠다”(22일.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며 대북정책 불변 입장을 고수하지만,‘우라늄농축 국면’의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을 경우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어느때보다 북핵대처에서 한.미 공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양국의 공통이익을 극대화해 동맹의 전략적 틀을 구조화하는 측면에서 경제동맹의 상징인 한미 FTA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한미정상회담에서 FTA 합의가 실패하면서 워싱턴에서는 한미관계가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인식이 내연하고 있기 때문이다.FTA가 차질을 빚을 경우 다른 현안에서 한국을 향한 미국의 접근법이 이전과 사뭇 달라질 거라는 얘기도 있다.

 특히 FTA 타결 실패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중간선거 패배후 한미 FTA 타결을 바탕으로 국내의 정치적 곤경을 벗어나고자 했던 오바마로서 이번 서울방문은 좌절이었다.

 지난해 11월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 당시 한국 방문을 최고 성공작으로 평가했던 미 행정부와 언론의 당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FTA 미타결로 방한은 “아시아 순방 최대 실패작”(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 상황에서 ‘브라더’(Brother)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이명박 대통령과의 우의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한국 유치,전작권 전환연기 결정,천안함 대응 등 한국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던 미국의 정책 결정은 무엇보다 양 정상의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게 미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물론 미 행정부는 “믿었던 한국”에서의 한미 FTA 타결 실패에 대해 절제된 반응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FTA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실이 한미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18일.크롤리 공보담당차관보)이라는 게 공식입장이며 추가 협의에서의 타결을 기대하며 여론을 관리하는 스탠스이다.

 하지만 의회나 싱크탱크쪽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공화당에서도 “미국 대통령이 서울에서 망신을 당했다”는 불만섞인 얘기들이 나오고,“한미관계는 서울 G20 이전과 이후로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싱크탱크 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에 “이번 합의 실패의 원인은 실무 쟁점이라기보다는 폴리틱스(politics)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정확히 깨닫지 못한 채 서울로 날아간 게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통상대표부(USTR) 실무협상팀보다도 백악관 정무라인에 대한 비판이 강하다.한 관계자는 “한국의 스탠스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확히 인지시키지 못한 톰 도닐론 국가안보보좌관이 일을 못했다는게 컨센서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연합뉴스에 “한미 양측은 협상 유연성의 한계를 파악했어야 했고 협상 데드라인을 정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서울 타결’을 공언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됐다고 진단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이 대통령이 최종 순간에 타협할 것이라는 비현실적 생각을 한 것이 문제이며,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 실패로 보이게끔 당초 기대치를 높였던 것도 비판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얘기들을 거꾸로 되짚으면 한국이 백악관의 예상과 달리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백악관은 추가 한미FTA 협의에 대한 압박감을 강하게 느끼고 긴장의 수위도 높은 상태다.

 FTA 문제가 추후 논의에서도 삐걱대거나 신속히 타결되지 않고 지연될 경우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폭발력을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흐름이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은 “수주내에 해결되지 못할 경우 FTA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한미관계에 보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며칠사이 세계적 이목을 받는 한미 현안이 FTA(경제)와 북한 우라늄(안보) 문제사이에서 널뛰기를 하는 것은 한미관계의 특수성,총체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국은 한미 FTA 협상에서 ‘이익의 균형’을 찾기 위해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면서도,북핵문제에 관해서는 미국의 안보 협력과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처지이다.

 바로 이점이 한미FTA 문제를 경제적 관점만이 아니라 동맹강화라는 전략적 측면에서 바라보고,북한 우라늄농축 사태처럼 현재 닥쳤고,추후 도래할 수 있는 긴급사태들에 한미가 공조하는 구조적 틀을 짠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의 배경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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