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후폭풍…“외교의 ‘9.11사태’”

위키리크스 후폭풍…“외교의 ‘9.11사태’”

입력 2010-11-29 00:00
업데이트 2010-11-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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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8일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 25만여건을 공개해 논란이 된 가운데 이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 등은 이번 폭로가 무고한 생명을 위협하고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발끈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외교적 재앙(diplomatic disaster)’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반면 위키리크스의 기밀문서 공개가 국제 외교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내부고발에 대한 정부 탄압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공개가 21세기 첨단 정보시대에 ‘비밀은 없다’는 진리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외교전문은 통상적으로 수십년간 기밀사항이었으나 25만건에 달하는 문서가 한번에 낱낱이 공개되면서 미국 등에는 외교적으로 잠재적인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번 공개에 대해 ‘외교의 9.11 사태’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면서 국가간 신뢰에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클린턴,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테러 업무를 담당했던 로저 크레시는 “이번 폭로의 뒤에 누가 있든 총살을 당해야 하고 내가 기꺼이 방아쇠를 당기겠다”면서 “상당히 충격적(devastating)”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은 상대국과 직설적으로 솔직하게 말하는 능력과 이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면서 “이번 폭로는 향후 이런 기본적인 외교 요건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대외적으로는 예의를 중시하면서 본국에 대한 보고서에는 잔인할 정도의 솔직함을 드러내는 외교 관행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토퍼 메이어 전 주미 영국 대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로 인해 외교관들의 솔직함이 제한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보안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왕립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의 마이클 콕스 교수는 “이번 유출은 정보화시대에서 비밀을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로 인해 국제관계에 엄청난 붕괴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콕스 교수는 특히 내부고발 웹사이트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통제가 오히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문건에 미국 정부가 전세계 국가 지도자들에 관한 민감한 정보를 수집할 것을 외교관들에게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과 관련,실제 수집된 정보는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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